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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쌍화점’, 권력의 금기된 사랑을 풀어내 파격적 설정 돋보여

입력 : 2008-12-19 18:23:41 수정 : 2008-12-19 18: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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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이성간 3각관계 뒤엉킨 性정체성
스토리 메이커 유하 감독 능력 돋보여
다소 긴150분 러닝 타임… 지루할 수도
2006년 동성애(同性愛)를 다룬 독립영화 ‘후회하지 않아’가 관객 4만 명이 넘는 깜짝 흥행을 이뤄냈다. 그래도 한국영화에서 동성애는 여전히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다.

‘왕의남자’처럼 ‘풍자 코드’로 활용하거나, 최근 ‘앤티크-서양골동양과자점’처럼 꽃미남 배우로 예쁘게 포장하는 방법 등을 통해 대중에 접근되고 있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쌍화점’(감독 유하)은 근래 충무로에서 만들어진 상업영화중 가장 끈적끈적한 농도의 동성애를 담고 있다. 고려의 왕이 ‘호모’라는 파격적 설정에서 출발한 영화는 권력이 금기된 사랑에 집착할 때 운명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을지 묘사한다. 출발부터 과감하게 성(性)정체성을 드러낸다. 조인성, 주진모 두 미남배우가 알몸으로 뒤엉켜 혀를 오가며 딥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관객들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영화 속 직접적인 동성애 묘사는 이것이 마지막이다. 이후부터 동성애는 서로에게 맛있는 음식을 떠먹여주는 ‘닭살행각’정도로 순화된다. 결국 ‘쌍화점’의 동성애는 상업영화와 타협한 모양새다.

오히려 ‘동성애’는 미학적 설정과 음모의 축으로 작용한다. 여자를 안을 수 없는 왕(주진모)은 어린 시절부터 곁에 두고 아껴온 호위무사 홍림(조인성)을 사랑한다. 그러다 후사를 위해 왕후(송지효)와 홍림을 관계시킨다. 이런 결정을 한 왕의 속내를 두고 온갖 생각을 다 해볼 수 있다. 왕후와 홍림이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문틈을 통해 지켜보는 왕의 눈동자를 통해 그 해답에 접근해볼 수는 있다. 영화 속 성정체성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대립한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처음 여자를 경험한 홍림은 내제된 이성애(異性愛)를 확인한다. 역시 첫 경험으로 보이는 왕후도 욕망이 해방된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왕은 그 사이를 질투한다.

동성애가 가미됐다고는 하지만 삼각관계는 애정영화에서 정말 진부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유하 감독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솜씨가 발휘된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무척 재밌게 풀었다. 그래서 사랑했던 두 남자가 칼을 들고 싸우는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감정에 몰입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잘 조련해냈다.

그 대신, 대작 사극으로서의 스펙터클은 기대난망이다. 요즘 웬만한 TV사극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액션을 볼 수 있다. 춤과 노래가 가미된 궁중 연회장면은 거슬린다. 일부러 ‘발리우드’영화 같은 어색함을 설정한 것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구경꺼리다. 정극으로서의 영화의 흐름을 방해한다. 러닝타임이 2시간30분에 가까운 영화는 너무 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화제만발인 영화 속 에로티시즘에서는 조인성의 골수팬이 아니라면 송지효가 부각된다. 캐스팅당시에는 성인영화를 하기에는 이미지가 어리지 않나 하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으나 열연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의 슬픔과 ‘주체할 수 없는 욕망’ 사이를 오가며 흔들리지 않는 연기를 해냈다. 30일 개봉.

스포츠월드 김용호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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