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노출수위 과대포장
그런데 6월30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의 노출수위는 ‘19금’이라는 타이틀이 아까울 정도였다. 웬만한 영화와 비교해도 ‘오감도’는 특별히 몸을 사렸다. 여배우들에게 노출이 보여 지면 절대로 안 된다는 각서라도 받았는지, 영화는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여배우들의 몸을 가린다. 영화 속 유일하게 여배우 가슴 꼭지가 보이는 배종옥의 정사장면은 대역을 쓴 것으로 판명 났다.
그런데 노출수위만 문제는 아니다. 영화의 재미가 현격하게 떨어진다.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 등 유명 감독과 장혁, 김수로, 김민선, 엄정화, 황정민, 김효진 등 출연진들의 이름값에 혹해 영화를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감독들은 단편 형식을 빌려 장편영화에서는 엄두도 못 냈을 영화적 실험을 했고, 배우들은 감독들과 친분으로 얽혀 며칠 스케줄을 빼서 ‘우정출연’을 했을 뿐이다.
오프닝을 장식한 변혁감독의 ①his concern은 KTX기차에서 예쁜 여자(차현정)를 만난 남자(장혁)의 작업기다. 선남선녀가 첫 만남 이후 섹스까지 이뤄지는 과정을 독백의 형태로 담았다. 몇몇 대사는 무척 쿨하게 심리를 파고든다. 그런데 전체적인 내용이 너무 전형적이라 큰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허진호 감독의 ②나, 여기 있어요는 이야기는 독특하다. 집안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아내(차수연)와 남편(김강우)의 이야기인데 아내의 불치병이라는 설정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은 서글퍼진다. 섹스의 욕망을 아내의 병 때문에 참아야 하는 순간 감정의 묘사가 울림을 준다.
유영식 감독의 ③33번째의 남자는 가장 유쾌한 작품이다. 감독(김수로)을 유혹하는 신인배우(김민선)와 이를 조정하는 베테랑 배우(배종옥)의 삼각관계가 코믹코드로 재미있게 연출된다. 예술한답시고 여배우에게 은근히 작업을 거는 영화 속 속물 감독의 이름이 ‘봉찬운’인 것은 흥미롭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 분명하다.
민규동 감독의 ④끝과 시작은 이미지가 강렬하다. 머리를 짧게 자른 여배우 김효진 때문이다. 미스터리한 여인 ‘강나루’역할인데 자신의 섹스비디오테이프를 씹어 먹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벌인다. 이에 비교한다면 황정민, 엄정화는 평범한 연기를 했다.
영화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에피소드 ⑤순간을 믿어요(감독 오기환)는 관객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고등학생 연인들의 ‘커플체인지’라는 설정을 미리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내용이 정리가 안 된다. 도발적인 주제를 밋밋하게 만들어버린 연출력의 한계다. 김동욱, 신세경, 송중기, 이시영, 정의철, 이성민 등 청춘스타들이 출연하는데 요즘 열애설로 주목받고 있은 이시영 정도만 영화 후에도 얼굴이 기억난다.
물론 이들 ①②③④⑤ 영화들에 대한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영화 팬 각자의 취향문제다. 9일 개봉.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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