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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오감도’ 포스터만 야했다

입력 : 2009-07-02 10:27:34 수정 : 2009-07-02 10: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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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성애영화 열띤 홍보
밋밋한 노출수위 과대포장
  이럴 때 우리들은 ‘낚였다’라는 표현을 쓴다. 영화 ‘오감도’가 영화 팬들을 낚았다. 에로스를 주제로 한 옴니버스 영화라며 개봉 전부터 누드 티저 포스터 등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달궜고 영화 홍보팀은 ‘파격적인 성애영화’임을 강조했다. 특히 ‘오감도’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관람불가’판정까지 받아 영화의 노출수위에 대해 궁금증이 크게 일었다.

 그런데 6월30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의 노출수위는 ‘19금’이라는 타이틀이 아까울 정도였다. 웬만한 영화와 비교해도 ‘오감도’는 특별히 몸을 사렸다. 여배우들에게 노출이 보여 지면 절대로 안 된다는 각서라도 받았는지, 영화는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여배우들의 몸을 가린다. 영화 속 유일하게 여배우 가슴 꼭지가 보이는 배종옥의 정사장면은 대역을 쓴 것으로 판명 났다.

 그런데 노출수위만 문제는 아니다. 영화의 재미가 현격하게 떨어진다.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 등 유명 감독과 장혁, 김수로, 김민선, 엄정화, 황정민, 김효진 등 출연진들의 이름값에 혹해 영화를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감독들은 단편 형식을 빌려 장편영화에서는 엄두도 못 냈을 영화적 실험을 했고, 배우들은 감독들과 친분으로 얽혀 며칠 스케줄을 빼서 ‘우정출연’을 했을 뿐이다.

 오프닝을 장식한 변혁감독의 ①his concern은 KTX기차에서 예쁜 여자(차현정)를 만난 남자(장혁)의 작업기다. 선남선녀가 첫 만남 이후 섹스까지 이뤄지는 과정을 독백의 형태로 담았다. 몇몇 대사는 무척 쿨하게 심리를 파고든다. 그런데 전체적인 내용이 너무 전형적이라 큰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허진호 감독의 ②나, 여기 있어요는 이야기는 독특하다. 집안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아내(차수연)와 남편(김강우)의 이야기인데 아내의 불치병이라는 설정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은 서글퍼진다. 섹스의 욕망을 아내의 병 때문에 참아야 하는 순간 감정의 묘사가 울림을 준다.

 유영식 감독의 ③33번째의 남자는 가장 유쾌한 작품이다. 감독(김수로)을 유혹하는 신인배우(김민선)와 이를 조정하는 베테랑 배우(배종옥)의 삼각관계가 코믹코드로 재미있게 연출된다. 예술한답시고 여배우에게 은근히 작업을 거는 영화 속 속물 감독의 이름이 ‘봉찬운’인 것은 흥미롭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 분명하다.

 민규동 감독의 ④끝과 시작은 이미지가 강렬하다. 머리를 짧게 자른 여배우 김효진 때문이다. 미스터리한 여인 ‘강나루’역할인데 자신의 섹스비디오테이프를 씹어 먹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벌인다. 이에 비교한다면 황정민, 엄정화는 평범한 연기를 했다.

 영화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에피소드 ⑤순간을 믿어요(감독 오기환)는 관객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고등학생 연인들의 ‘커플체인지’라는 설정을 미리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내용이 정리가 안 된다. 도발적인 주제를 밋밋하게 만들어버린 연출력의 한계다. 김동욱, 신세경, 송중기, 이시영, 정의철, 이성민 등 청춘스타들이 출연하는데 요즘 열애설로 주목받고 있은 이시영 정도만 영화 후에도 얼굴이 기억난다.

 물론 이들 ①②③④⑤ 영화들에 대한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영화 팬 각자의 취향문제다. 9일 개봉.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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