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스마트폰 게임 大戰

NHN·위메이드 도약 눈에 띄어
'1위' 넥슨, 자회사 합병으로 쇄신

NHN 한게임 '런앤히트'

2012년 국내 게임 시장에 스마트폰 붐이 불고 있다. 지난해 대형 온라인 게임 기업들이 잇따라 스마트폰 전용 게임 개발에 착수하면서 시장 외형도 확장되는 분위기다. 게임빌과 넥슨모바일 등 기존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운영·제작 노하우를 확보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멀찌감치 앞서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온라인 게임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인적 자원을 발판으로 총공세를 펼치면서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은 최근 1∼2년 사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1위가 결정되지 않은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시장’으로 불린다. 이는 신생 업체들에도 큰 기회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스마트 기기의 보급 증대와 국내 오픈마켓 개설 같은 호재를 기점으로 게임사마다 전략 수립이 한창이다.

◆ 스마트로 순위 바꿔보자

그동안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이라는 두 마리 거대 용이 지배하다시피했다. NHN 한게임과 네오위즈게임즈, 위메이드 등 차순위 기업들이 참신한 무기로 도전장을 냈지만 번번히 높은 장벽만 실감했을 뿐이다. 이런 까닭으로 몇몇 게임에 국한된 시장 배분에 만족해야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이들 업체에 도약의 기반이 되고 있다. NHN 한게임과 위메이드의 경우 온라인 게임 사업에 버금갈 만큼 모바일 분야에 투자하는 모습이다. 우선, 스마트폰 게임을 포함한 모바일 게임 전문 개발사를 자회사 형태로 각각 설립했다. 오렌지크루와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가 그 주인공이다. 모회사의 결연한 의지가 반영된 듯, 두 자회사는 경영진부터 도드라진다. 오렌지크루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엔씨소프트, 블리자드 등 내로라하는 기업을 두루 거친 박영목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는 김남철 위메이드 사장이 직접 손을 대고 있다. 개발진 역시 양사 모두 온라인 게임 분야를 먼저 경험한 인력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후 모바일 분야에서 유망한 인재들이 합류하는 형태로 완성됐다.

오렌지크루는 NHN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얼굴을 알렸다. 2010년 말 ‘향후 3년간 스마트폰 게임 사업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한국과 일본 모바일 게임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선점하겠다’고 천명한 이후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오렌지크루다. 결실은 하나둘씩 영글고 있다. 서비스작이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각종 플랫폼에서 선전하고 있다. 오렌지크루는 ‘점핑몽’과 ‘요마요마’ 등 출시작을 비롯해 퍼즐에서 캐주얼, 횡스크롤 액션 아케이드까지 전 장르를 다룰 계획이다. 박영목 대표는 “연간 40∼50종 정도 게임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NHN 한게임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작품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 200만건을 눈앞에 둔 야구 게임 ‘런앤히트’가 시발점이다. 서비스 한달만에 100만건을 돌파해 주목을 얻은 바 있다. 농장을 무대로 한 소셜게임(SNG) ‘에브리팜’도 서비스 보름도 안된 시기에 앱스토어 매출 순위 전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위메이드 '카오스&디펜스'

2009년 세워진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는 위메이드 내 신작개발실이 모태다. 2010년 7월 별도 자회사로 분사해 신규 디바이스 전용 게임 개발을 위한 전문 조직으로 변신했다. 2009년은 아이폰이 처음 시판된 해였지만 아직 피처폰 위주의 모바일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는 스마트 디바이스 전용 게임의 시장 확대를 미리 예견하고 한발 앞서 진출했다. 2년여간 담금질을 마친 작품 5종이 올 상반기 공개된다. 회사측은 3D 댄스 게임 ‘리듬 스캔들’을 필두로 RTS(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카오스&디펜스’, 3D SNG ‘펫아일랜드’, 액션 SNG ‘바이킹 크래프트’, SN-RPG(역할수행게임) ‘히어로 스퀘어’를 매달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넥슨의 대표 IP '카트라이더 러쉬'의 스마트폰 버전

◆ 1위의 반격도 만만찮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바일 게임 사업 분야를 함께 영위해온 넥슨은 시장 변화에 맞춰 방어채비에 나섰다. 자회사로 유지해온 넥슨모바일을 다시 합병하고 모바일 게임 사업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최종 법인 통합은 4월 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자회사를 합치면서 모바일 조직을 일원화해 자사 IP(지적재산)를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넥슨모바일은 넥슨의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로 공간을 넓히면서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다. ‘메이플스토리’와 ‘카트라이더’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런 점에서 넥슨은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간 시너지를 가장 잘 발휘하는 기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식의 보수(保守)적인 사업 전개로 스마트폰 시장에는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여기에 특정 IP에 수익이 집중되면서 어느새 시장 지배력도 약해졌다.

이런 가운데 NHN 한게임과 네오위즈게임즈 등 한수 아래로 봐왔던 기업들이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재차 통합과 분리 과정을 겪었던 넥슨모바일을 다시 한번 끌어안는 용단을 내린 것이다. 서민 넥슨 대표는 “세계 게임 산업에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이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이며, 모바일은 향후 넥슨의 주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대형 기업 중에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가장 늦게 뛰어든 사례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게임빌 등 모바일 게임 업체를 인수한다는 소문에 간헐적으로 휩싸인 이력이 있을 뿐, 마땅히 모바일 게임 시장에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 엔씨소프트는 지난 연말부터 이 분야로 초점을 집약하고 있다. 게임 서비스 플랫폼 ‘위모’(WEMO)를 개발하고 스마트폰 게임 처녀작인 아이홉(iHop)을 얹었다. 또한 스마트폰 게임 개발사 핫독스튜디오를 인수하자,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조만간 추가 M&A(인수합병) 건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1위 사업자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지만, 덩치 큰 기업들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의 지배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극심한 순위 변동이 생길 것”이라며 “스마트폰이 전체 게임 시장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인 점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김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