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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내가 홍가혜의 정체를 공개한 이유

입력 : 2014-04-18 16:34:55 수정 : 2014-04-19 18: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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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홍가혜가 진도에 왜 있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세월호 침몰 관련 뉴스특보를 보고 있던 기자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초췌한 모습으로 방송에 나온 홍가혜는 자신을 민간 잠수부라고 소개하며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말했다”며 “민간 잠수부들과 현장 관계자의 협조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 현지 상황은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홍가혜의 말은 현장에서 실종자 구조에 힘을 쏟고 있는 이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줬다. 홍가혜의 거짓말이 미디어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정부에 대한 분노로 바꿔 쏟아내는 이들에게 빌미를 제공해줬다. 정부가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키웠다. 무엇보다 홍가혜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홍가혜는 민간잠수부가 아니다. 기자는 과거 티아라 화영의 왕따 사건 때 그녀의 정체를 확실히 알았다. 당시 홍가혜는 화영의 사촌언니 행세를 하면서 SNS에 티아라에 대한 분노의 글을 쏟아내고 있었다. 또한 그녀는 유명 프로야구 선수의 애인으로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화영과는 아무 사이가 아니었다. 프로야구 선수와의 관계에서도 가짜 임신 소동을 벌이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리고 기자는 더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그녀가 10억 대 사기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는 것. 당시 홍가혜를 수사한 형사를 통해서 그녀의 과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다해가 주연한 드라마 ‘리플리’를 기억하는가? 홍가혜의 삶은 이 드라마 스토리와 비슷하다. 드라마 속 이다해처럼 홍가혜도 과거 일본 아카사카에 있었다. 밑바닥 인생을 살던 홍가혜는 성공을 위해서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았다. 현지에서 돈 문제를 일으켜 한국으로 돌아 온 후 부산의 한 술집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작사가라고 소개하며 한 사업가에게 접근해 음반 사업을 하겠다며 거액을 받아 챙겼다. 이 때문에 사기혐의로 피소돼 수사를 받았다.

홍가혜의 삶을 이렇게 자세하게 적는 이유는 지금도 그녀의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실종자 구조작업에 답답한 사람들에게 홍가혜의 거짓말은 진실처럼 느껴진다. 또 기자가 홍가혜의 실체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등 음모론을 들이미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가혜는 또 어떤 거짓말로 자신을 변호할지 모른다. 과거에도 홍가혜는 기자에게 정체가 들통 난 후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진도에 가서 또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더라.

과거 그녀의 거짓말에 걸그룹 티아라는 현재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이를 용서해줬더니 지금 그녀의 거짓말은 더 커져서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에 영합해 루머를 유포하는 사람을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홍가혜는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저질렀는지 알고나 있을까.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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