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동안 거의 모든 데이트를 야구장에서 한다는 김재정(30·자영업)-황은영(29·회사원) 커플. 김재정씨는 어린 시절부터 두산 베어스의 골수 팬이었고 여자친구 황은영씨는 SK 야구를 밥먹는 것보다 더 좋아한다. 중요한 플레이오프 맞대결을 놓칠 수 없었다. 응원하는 팀이 제 각각인 연인이 다른 유니폼을 걸친 채 관중석에서 ‘기 싸움 한판’을 시작한 것이다.
김재정-황은영씨는 어쩔 수 없는 야구 커플이다. 처음 만난 장소도 야구장이었다. 이번 여름 친구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는데 소개팅 장소가 야구장이었던 것. 이들은 그 후 꾸준히 야구장을 다니며 사랑을 키우고 있다.
김재정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김경문 두산 감독을 너무 좋아했다. 김 감독의 카리스마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두산팬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재정씨는 집이 수원인데 당시 수원 연고의 프로팀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 꿈을 키워준 두산을 훨씬 더 좋아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황은영씨는 “지난해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때 야구장을 처음 와보고 야구에 완전히 빠졌다”고 한다. 올해는 아예 문학구장 시즌권을 구입해 SK의 홈경기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열혈팬이 돼 버렸다.
젊은 세대답게 야구관도 뚜렷했다. 야구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에 김재정씨는 “야구는 응원과 작전이 묘미다. 작전을 미리 예상해보며 열심히 응원을 하다보면 스트레가 확 풀린다”며 “사실 혼자 살면서 우울증도 있었는데 야구장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야구가 병까지 치료해준 셈”이라고 웃었다. 황은영씨도 “야구는 응원과 역전이 묘미다. SK가 유난히 역전이 많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늘 서로 다른 유니폼을 걸치고 야구장 옆자리에 앉아 상대팀 응원을 하다보면 다툼도 생길 법하지만 김재정-황은영 커플은 “야구 응원 때문에 싸운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재정씨는 “우리는 야구로 맺어졌는데 야구로 다툰다면 말이되느냐”며 “SK가 져서 여자친구가 마음이 상한 것 같으면 내가 먼저 꼬리를 내린다”고 비결을 전했다. 이어 “두 팀 가운데 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KIA와 싸울텐데 그 때는 힘을 합쳐(?) 한 팀만 응원하겠다”며 또 껄껄 웃었다.
스포츠월드 배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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