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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속으로]'남친' 두산 '여친' SK 골수팬

입력 : 2009-10-12 08:22:13 수정 : 2009-10-12 08: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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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SK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3루측 관중석. 1루측 두산 응원단과 3루측 SK 응원단의 경계 지점에 유니폼을 멋지게 차려입은 연인이 막대풍선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가만히 모습을 보니 양측 응원단의 경계에 자리잡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남성팬은 두산, 여성팬은 SK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시즌 동안 거의 모든 데이트를 야구장에서 한다는 김재정(30·자영업)-황은영(29·회사원) 커플. 김재정씨는 어린 시절부터 두산 베어스의 골수 팬이었고 여자친구 황은영씨는 SK 야구를 밥먹는 것보다 더 좋아한다. 중요한 플레이오프 맞대결을 놓칠 수 없었다. 응원하는 팀이 제 각각인 연인이 다른 유니폼을 걸친 채 관중석에서 ‘기 싸움 한판’을 시작한 것이다.

김재정-황은영씨는 어쩔 수 없는 야구 커플이다. 처음 만난 장소도 야구장이었다. 이번 여름 친구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는데 소개팅 장소가 야구장이었던 것. 이들은 그 후 꾸준히 야구장을 다니며 사랑을 키우고 있다.

김재정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김경문 두산 감독을 너무 좋아했다. 김 감독의 카리스마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두산팬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재정씨는 집이 수원인데 당시 수원 연고의 프로팀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 꿈을 키워준 두산을 훨씬 더 좋아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황은영씨는 “지난해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때 야구장을 처음 와보고 야구에 완전히 빠졌다”고 한다. 올해는 아예 문학구장 시즌권을 구입해 SK의 홈경기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열혈팬이 돼 버렸다.

젊은 세대답게 야구관도 뚜렷했다. 야구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에 김재정씨는 “야구는 응원과 작전이 묘미다. 작전을 미리 예상해보며 열심히 응원을 하다보면 스트레가 확 풀린다”며 “사실 혼자 살면서 우울증도 있었는데 야구장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야구가 병까지 치료해준 셈”이라고 웃었다. 황은영씨도 “야구는 응원과 역전이 묘미다. SK가 유난히 역전이 많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늘 서로 다른 유니폼을 걸치고 야구장 옆자리에 앉아 상대팀 응원을 하다보면 다툼도 생길 법하지만 김재정-황은영 커플은 “야구 응원 때문에 싸운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재정씨는 “우리는 야구로 맺어졌는데 야구로 다툰다면 말이되느냐”며 “SK가 져서 여자친구가 마음이 상한 것 같으면 내가 먼저 꼬리를 내린다”고 비결을 전했다. 이어 “두 팀 가운데 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KIA와 싸울텐데 그 때는 힘을 합쳐(?) 한 팀만 응원하겠다”며 또 껄껄 웃었다. 

스포츠월드 배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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