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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풍경소리] 입동과 인생의 겨울

입력 : 2014-10-23 19:36:45 수정 : 2014-10-23 19: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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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 지난 지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손끝에 닿는 물이 차갑다. 어느새 싸늘해진 날씨에 따뜻한 겉옷을 하나라도 더 걸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가운 공기에 옷깃을 여미다 보면 아~ 어느새 입동이다. 입동은 글자 그대로 겨울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상쾌하고 청량한 가을이 지나면 어김없이 겨울이 온다. 춥고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이 누구는 좋으랴만 그것 또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입동은 24절기 중의 열아홉 번째 절기다. 양력으로는 11월7일이나 8일쯤에 드는데 상강이 지나고 보름 뒤이며 소설이 오기 보름 전이다. 입동이 되었다는 건 본격적으로 겨울로 접어든다는 신호와도 같다.

입동 즈음이 되면 자연의 모든 풍경이 바뀐다. 온 산을 단풍으로 물들이던 나뭇잎도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 역시 겨울나기 준비를 하느라 땅속에 굴을 파고 숨는다. 여름에 푸르던 나뭇잎이 가을이 되면 붉고 노란 색으로 바뀌고 겨울이 되면 떨어지는 것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나무가 추운 겨울을 지내는 동안 필요한 영양소를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하는 자연의 이치가 나뭇잎의 몸짓에 숨어있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자연의 인내가 시작되는 것이다. 자연의 일부분인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삶의 어느 순간에는 사람도 추위와 싸우고 이겨내는 인내가 필요한 시기가 온다.

“사시사철을 사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은데 그 속에 인생의 모든 게 담겨있더군요.”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했던 H씨는 인생의 겨울을 호되게 맛본 사람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남보다 뒤져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임원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의 운세는 부장자리에서 급하게 꺾였다. 임원승진에서 탈락하고 회사를 나왔을 때 그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혼자 일 년 정도 전국을 여행하며 세상 속에서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 뒤에 그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이었다는 걸 알았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 없고 봄날이 있으면 겨울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실 회사를 나오기 전에 상담을 왔을 때 몇 번이나 그의 운이 쇠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주의해야 한다고 거듭 말해줬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었다. 결국 회사를 나오고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배운 다음에야 상담해주는 말을 새겨듣는 모습을 보였다. 중견기업에 재취업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옛날이야기를 하며 웃고는 한다.

H씨처럼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겨울을 겪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만나게 되고, 타고난 팔자에서 피할 수 없는 곤경을 마주치기도 한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듯이 인생은 고통의 바다이다. 고통의 바다를 떠다니는 중생들이 단 하나의 곤경도 만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도 예외 없이 힘든 시기를 지나게 된다. 그런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겨울을 건너고 있는 것과 같다. 동장군이 세력을 떨치는 강추위 속에서 힘든 인생의 시기를 살아가는 것이다.

겨울은 분명 춥지만 분명한 것이 또 하나 있다. 겨울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고 그 뒤에는 봄이 온다. 따뜻한 바람과 포근한 햇살이 어루만져 주는 봄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인생의 입동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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