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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의 연예잡기] 기미가요에 일베, 백범 폄하까지…방송가 '문제는 대중이야'

입력 : 2014-10-29 10:28:04 수정 : 2014-10-29 13: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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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만 있으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거 넣으면 더 재밌고 인정받겠는데. 이런 생각들로 프로그램을 만들려 한다. 인터넷 유머게시판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방송 중 심심찮게 벌어지는 사고들이다. 문제는 자극적인 소재들을 찾다가 그만 선을 넘어버리는 순간이다.

JTBC ‘비정상회담’이 요즘 지상파마저 제치고 예능의 일인자로 떠오른 가운데 제작진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기미가요는 일본에서조차 패전 후, 부르는 것이 금기시됐던 노래다. 그러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가 심화되면서 공식 국가로 법제화됐다. 그럼에도 기미가요는 욱일승천기와 함께 우리는 물론, 아시아 여러 나라에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이다. 일본인 출연자를 위해 이 노래를 튼 제작진은 사과했지만 대중의 분노는 가실 줄 모른다.

지상파인 SBS는 뉴스나 교양 및 예능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일명,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에서만 쓰이는 도안이나 문양을 등장시켜 대중의 분노를 샀다. 특히 여러 차례 반복됐다는 점에서 SBS가 사과를 했지만 대중에게는 환멸감을 주고 있을 정도다. 일베는 이미 특정국가 여성, 특정인, 그리고 특정 지역 사람 등에 대한 과도한 비하로 사회적 문제가 되어 왔다.

KBS는 방송 사고는 아니지만 올해 임명된 이인호 이사장의 국회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KBS 국정감사에서 이인호 이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에 반대했기 때문에 건국 공로자로 볼 수 없다” “임시정부의 법통성에 동의하지 못한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백범 김구 선생의 대한민국 임시정부활동을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공영방송을 책임질 지도부에 해당하는 이의 발언이기에 대중의 분노가 들끓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마치 역사의식의 부재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기에 이러한 일들을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대중을 포함한 국민을 우습게 아는 방송가의 인식 문제가 더 커보이는 것 같다. 방송국들이야 시청률 경쟁을 벌이면서 늘 대중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대중이 뭘 더 재밌어 하고 흥분할 지만 생각하는 경쟁이다. 과도한 재미를 추구하다 진짜 대중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방송국 내 지도층부터 현장에서 발로 뛰는 제작진까지 과연 대중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대중문화라고 하면, 대중의 자극적인 정서를 자극해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대중의 재미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각과 공통된 정서까지 사려깊게 고려해야 한다. 대중의 외면은 대중의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만큼 대중문화 종사자들에게 무서운 일은 없다. 진짜 반성해야 한다.

한준호 연예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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