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태양의 움직임은 또 움직임이라 청명한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도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고 수증기는 땅 표면에서 엉기니 서리가 더욱 잦을 것이며 혹여 날씨 기온의 간격이 아침 저녁으로 더 크다면 그것은 된서리가 되어 때로는 살짝 내린 눈처럼도 보일 것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이렇게 된서리가 내리고 난 후 지붕을 뒤 덮은 흰 눈처럼 보이다가 아침 햇살에 살짝 빛나다 사라지던 그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한창 감수성 깊던 시절 문득 화판에 그려보았고, 교내 전시회에 출품했던 기억과 함께 말이다. 그 화폭의 한 켠에는 서리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던 코스모스 한 무더기도 그려 넣었던 생각이 난다. 유달리 좋아하는 꽃이었기에 청명한 가을 하늘과 지붕, 그리고 코스모스…. 어떤 때는 돌담 너머에까지 가지를 드리운 감나무와 역시 그 감나무에는 손만 뻗으면 딸 수 있을 것만 같던 붉은 감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려 넣기도 했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는 와중에도 한로나 상강을 맞을 때면 어김없이 옛 향수에 젖곤 하는 일이 잦으니 역시 세월의 무게가 아닌가 한다. 사실 상강이라는 절기의 이름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뜻이며, 기온적으로도 서리가 내리는 시기임을 이름에서 바로 알려주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절기를 중요시 여기는 중국에서는 상강이라는 이름에 대한 유래로서 중국의 전설적인 훌륭한 황제인 순임금과 그 부인들이 연관 짓는다. 현대에서는 있기 힘든 얘기지만 평소 순의 인물됨을 눈 여겨 보던 요임금은 자신의 두 딸인 ‘아황’과 ‘여영’을 한꺼번에 순에게 시집보냈다. 이는 두 아내를 데리고 원만하게 가정을 잘 다스리는지를 시험한 것이라 하며, 순이 아무런 잡음없이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나가자 이 모습을 보고 나라를 물려줄 생각을 더욱 굳혔다 한다.
순임금은 기대에 부응하여 나라를 훌륭히 통치하였고 몸을 살피지 않고 순례를 하던 도중 명을 마치었고 이에 아황과 여영이 슬퍼하면서 소상강이라는 강가에서 울다가 그것도 부족해 아황과 여영은 남편을 따라 순절하기 위해 둘이서 끌어안고 소상강에 몸을 던졌다 한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아마도 순임금이 돌아가신 때가 늦가을 서리 내릴 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러기에 강 이름에 연관해 절기 이름을 상강이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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