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는 이번 영화에서 화장품 회사에 새로 들어온 홍보팀 추은주 역을 맡았다. 아내(김호정)가 병으로 죽어가는 오상무(안성기)의 부하직원이지만 그를 존경하면서 사랑으로까지 발전하는 캐릭터다. 오상무 역시 죽어가는 아내와 싱그러운 부하직원 사이에서 방황한다. ‘화장’이라는 이름처럼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고 여성이 자신을 치장하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김규리는 싱그러움을 표현했고 임권택 감독은 거장답게 그 이상의 매력을 뽑아냈다.
“어제가 VIP 시사회였는데 제 캐릭터가 생각이 안날 정도로 긴장이 돼더라고요. 티가 안나서 그렇지 감기도 너무 심해서 어제가 그 최고치를 찍었던 날이었어요. 얼마 전 언론 시사회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다음날 아프리카로 봉사활동까지 다녀왔어요. 어제 무대인사까지 끝내고 나니 이제야 앉아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라서 어려운 게 ‘하류인생’ 때 주연이었던 조승우 씨가 왜 이리 힘들어할까 했어요. 그 때 승우 씨도 두 번째였거든요. 나중에 이 영화 하고나서 제가 승우 씨에게 ‘대단하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류인생’ 때는 임권택 감독님의 가르침이 있으셨고 이걸 모조리 다 흡수해야 한다는 게 제 목적이고 목표였어요. 이번에는 현장을 편하게 마음 먹고 갔어요. 추은주 촬영분이 많진 않았어요. 김훈 작가님의 소설에도 그렇고 시나리오도 그랬고요. 현장을 즐기자고 마음 먹었고 감독님께서도 제게 다 맡겨주셨으니까요. 그런데 계속해서 욕심이 생기고 결국 가볍게 들어가서 무겁게 나왔어요. 그 무거움이라는 게 성장을 하기 위해 되돌아보는 느낌이었어요. 자꾸 저를 스스로 돌아보게 된 거죠. 스스로에게 왜를 자꾸 물어보게 되는…”
너무 많은 자유가 주어졌기에 김규리로서는 스스로 조금은 복잡해졌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김규리는 탐스러운 싱그러움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또 복잡한 내면 역시 잘 표현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의 흐름 속에서 이를 표현하는 것이 배우에게 쉽지 않을 터. 김규리는 그런 담백함까지 담아냈다.
인터뷰 당일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김규리는 즐거운 촬영이었기에 이제 힘이 난다는 그다운 말로 다시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차기작으로 다시 만나길 희망하자 “다음 작품은 화장 지우고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라며 또 다른 매력 넘치는 캐릭터를 꿈꾸고 있음을 드러냈다. 꿈꾸는 배우 김규리의 변화를 또 다시 기다리는 시간이 왔다.
tongil77@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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