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첫 승보다 더한 감격의 순간이 또 있을까. 이동걸(32·한화)은 지난 25일 대전 SK전에 팀이 2-4로 뒤진 7회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2와 3분의 2이닝을 3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한화가 9회말 김경언의 짜릿한 끝내기 결승타로 7-6으로 승리, 이동걸은 행운의 승리를 낚았다.
이동걸에게 감격스런 승리다. 2007년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동걸은 그저 그런 선수였다. 지난해 한화로 팀을 옮긴 그는 지난해까지 1군 경기에 단 22번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랬던 이동걸이 프로 데뷔 9년 만에 꿈에 그리던 첫 승을 품에 안았다.
빈볼 논란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그간 뚜렷한 활약이 없던 상황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기에, 1군 생활도 곧 끝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김성근 감독이 나서 이동걸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김 감독은 “괜찮다, 걱정마라”고 격려했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이동걸은 26일 대전 SK전을 앞두고 “빈볼 사건 이후 징계 기간에 감독님께서 ‘더 자신있게 하라’고 배려해 주셨다. 엔트리에도 나를 빼지 않았다”면서 “또 한 번 기회 오면 좋은 모습 보이고 싶었다. 자신감을 잃지 않게 안아 주시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시련을 겪으면서 더 담담해지고 강하게 마음먹자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필요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 “이동걸이 생각보다 침착하게 공을 잘 던졌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