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 해, 뮤지컬 무대에 오른 아이돌 수는 총 20여 명에 달한다. 이제 뮤지컬 시장에서 아이돌 캐스팅은 더이상 옵션이 아니다. 안정적인 관객동원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몇몇 아이돌들은 바쁜 스케줄을 핑계로 번번이 뮤지컬 연습에 불참하기도 하고, 공연 일정을 급하게 변경하는 등 성실치 못한 모습으로 빈축을 사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 관객의 마음은 물론이고 관계자들의 마음마저 훔친 두 명의 아이돌 스타가 있다. 슈퍼주니어 규현과 소녀시대 서현이 그 주인공.
규현과 서현은 JYJ 김준수, 핑클 출신 옥주현의 뒤를 이을 ‘뮤지컬 간판스타’로 손꼽히고 있다. 외모면 외모, 실력이면 실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두 사람.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규현과 서현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규현은 2010년 ‘삼총사’를 통해 뮤지컬에 데뷔했다. 말하는 습관부터 걸음걸이까지 주인공 달타냥으로 태어나기 위해 움직이는 모든 것을 지적받았다. 연기 실력이 어색한 것은 당연지사. 당시 규현은 2006년 슈퍼주니어 멤버로 합류하기 전 한 달 정도 연기 수업을 받은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뮤지컬 관계자들이 규현을 두고 “타고난 천재다”라고 입을 모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규현은 가르치는 족족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탁월한 이해력으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는 것.
소문은 빨랐다. 이후 참여한 ‘캐치 미 이프 유 캔’(2012), ‘해를 품은 달’(2013) ‘그날들’(2014), ‘싱잉인더레인’(2014), ‘로빈훗’(2015)에서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며 제작진과 선후배의 기대에 부응하는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최근 막을 내린 ‘베르테르’에서는 베르테르 역을 맡아 무려 조승우, 엄기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트리플 캐스팅의 영광을 누렸다.
놀라운 성장 속도에는 그의 성실함도 한 몫 했다. 규현과 ‘해를 품은 달’으로 인연을 맺은 쇼플레이 측 관계자는 “규현은 소문난 연습 벌레다. 웬만하면 연습 일정을 빠지지 않고 소화했다”며 “혹여 스케줄이 생기는 날에는 스케줄 전/후로 나누어 잠깐이라도 연습으로 하고 돌아가곤 했다”며 규현의 성실함을 높게 샀다.
뮤지컬 ‘로빈훗’의 왕용범 연출 역시 규현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왕 연출은 “규현은 가수로 활동하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만큼은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게 불만일 정도로 열심히 역할을 소화한다. 연습을 하면서 아이돌이라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앞으로 옥주현처럼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진정한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을 것이라 믿는다”고 평하기도 했다.
서현은 그야말로 ‘노력형 천재’다. 소녀시대 활동을 통해 다져진 노래, 춤, 연기 등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뮤지컬 발성을 배우기 위해 오랜 시간 성악 수업을 통해 훈련해온 것은 물론이고 소녀시대의 해외 투어 때도 개인 시간이 날 때마다 뮤지컬을 관람한다고. 그중에서도 ‘위키드’는 스무 번 이상 본 작품이다. 서현은 극중 사랑스럽고 엉뚱한 매력의 글린다 역에 큰 매력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노력이 통한 것일까? 지난 2014년 뮤지컬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한 서현은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5)에 이어 뮤지컬 ‘맘마미아’(2016)에 캐스팅됐다.
특히 ‘맘마미아’ 소피 역은 서현이 350: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만큼 뮤지컬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합격의 비밀은 바로 캐릭터 분석. 서현은 장면 몰입을 위해 아빠를 찾고 싶은 딸 소피의 입장에서 그려본 엄마(도나) 일기장을 직접 준비해 오는 열의를 보였다. 극의 중요한 소품이니만큼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흔들린 것은 당연지사. 여기에 뛰어난 가창력,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 안정적인 연기력이 더해져 역할을 따낼 수 있었다.
특히 서현은 아이돌 이후 뮤지컬 배우로 제 2의 인생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연습생 생활까지 13년을 봐온 소녀시대 멤버들도 서현의 뮤지컬 사랑을 일찍이 알아챘다. 서현은 ‘맘마미아’ 연습실 공개에서 “멤버들이 ‘이제 뮤지컬 하면서 숨통이 트이는구나’라고 한다. 표정이 달라진다고 하더라. 뮤지컬 들어갈 때마다 ‘너는 그냥 뮤지컬 해야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고 뮤지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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