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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버티고 버텨 볼티모어의 일원이 되다

입력 : 2016-05-30 13:03:42 수정 : 2016-05-30 13: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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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상대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을 터다. ‘딱’ 소리가 나는 순간 라이너성으로 꽂힌 타구, 김현수(28·볼티모어)의 시즌 1호포는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낸 한 방이었다.

30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볼티모어와 클래블랜드의 경기, 4-4로 맞서던 7회초 네 번째 타석, 김현수는 상대 세 번째 투수 제프 맨십의 5구째 92마일(약 148㎞) 투심 패스트볼을 힘차게 잡아당겨 우월 솔로포로 연결시켰다. 빅리그 데뷔 후 17경기, 53타석 만에 터뜨린 홈런이자 이날의 결승포.

김현수는 외로웠다. 2년 총액 700만달러에 계약 후 “돌아오면 실패한 것”이라고 선언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시범경기 부진으로 고개를 숙였고, 구단은 마이너리그행까지 언급하며 압박했다. 투자금액의 회수를 위한 조치였다는 비난에 설 자리를 잃은 20대 동양인 청년은 고민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버텼다. 계약조항을 내세워 메이저리그에 잔류했다.

불편한 시선은 이어졌다. 시즌 개막전에선 홈팬들의 야유가 있었고, 쇼월터 감독도 모른 체했다. 경쟁자 조이 리카드에 밀려 벤치신세가 됐고, 고작 주전휴식을 위핸 ‘땜질카드’로만 여겨졌다. 30일 경기까지 더해 47타수, 엔트리에 있는 야수 중 13번째다.

하지만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은 열린다. 더욱이 김현수는 KBO리그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타격기계’다. 조이 리카드가 부진하면서 기회가 찾아왔고, 빅리그의 강속구에 타이밍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26일 휴스턴전에서 데뷔 첫 2루타 2개 등 3안타를 터뜨리며 4번이나 출루했고, 그 이튿날에도 멀티히트를 뽑아냈다.

어느새 김현수를 보는 감독의 눈빛도 달라졌고, 잇단 선발출전으로 기회를 받더니 5번째 연속 선발라인업에 든 날, 9번에서 2번까지 타순을 내린 날, 박빙의 상황에서 승리를 불러오는 결승포로 보답했다.

김현수는 ‘미운 오리 새끼’였다. 현지언론은 “빅리그에서 경쟁할 준비가 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구단의 헛된 투자에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날 볼티모어 홈페이지는 김현수의 소식을 메인으로 장식했고 지역방송 MASN은 “이제 ‘킴콩’이라 불러야할 것 같다”고 표현했다.

홈런을 친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현수를 동료는 냉담하게 대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홈런을 친 선수를 놀리는 일종의 관례. 잠시 후에야 모두가 김현수의 어깨를 두들기며 박수를 보냈다. 이제야 볼티모어의 진짜 선수가 됐고, 그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그의 잇몸미소를 보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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