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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준의 피치아웃] 인정도 사정도 봐줄 수 없는 심판합의판정

입력 : 2016-06-28 10:10:56 수정 : 2016-06-28 10: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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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송용준 기자] KBO리그에 심판합의판정이 도입된 것은 2014시즌 중반이다. 계속되는 오심 논란에 시즌 중간임에도 TV 중계화면을 활용하는 비디오판독을 도입한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자체 판독시스템을 갖추고 뉴욕에 위치한 MLB 사무국 판독실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는 반면, KBO는 현장의 경기운영위원과 심판이 화면을 보고 합의해 결정한다고 해서 ‘합의판정’이라는 요상한 용어를 탄생시켰다.

일본은 아직도 비디오판독을 실시하지 않는다. 단 홈런 타구에 대한 판독은 실시한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뛰던 지난해 홈런을 하나 도둑 맞았다. 중계화면상으로는 명백한 홈런이었지만 심판의 파울판정이 뒤집히지 못했다. 이유는 경기가 열린 곳이 판독용 카메라가 설치되지 못한 제2구장이었던 탓이다.

비디오판독을 두고도 한미일의 차이가 드러난다. 미국이 철저한 준비로 새로운 제도를 이끌어 간다면 일본은 완벽한 준비나 합의가 되지 않으면 도입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경우 일단 필요하다면 준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활용가능한 방안이 있다면 빨리 도입한다는 점이 다르다.

비디오판독이 생기면서 등장한 새로운 풍속도도 있다. 병살 상황에서 주자와 수비수 충돌 방지를 위해 야수가 공을 잡기 전 베이스에서 발을 먼저 떼도 아웃으로 인정해 주던 이른 바 ‘네이버후드 플레이’가 비디오판독 시대에는 사라질 운명이다. 주자가 세이프가 된 이후라도 혹시 베이스에서 잠시 손발이라도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야수들이 끝까지 글러브를 선수에게 갖다대는 장면도 이제는 흔해졌다. ‘인정(人情)’이 사라진 삭막한 분위기다.

여기에 중계화면을 사용하는 KBO리그는 특별한 ‘사정(事情)’들도 많다. 지난 25일 인천에서 열린 SK-두산전은 방송국 중계차의 고장으로 2회말부터 5회말 중간까지 중계방송이 중단됐고, 이 동안은 합의판정을 실시할 수 없었다. 방송사의 임의로 야구 중계 도중 배구나 축구 등 다른 중계로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인터넷 중계는 계속해 컴퓨터를 활용한 합의판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는 해도 여러모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빨리 KBO 자체 판독시스템이 갖춰져야할 이유다. 이대호처럼 억울한 일이 없으려면 울산이나 포항 청주 등 각 구단들의 제2구장까지도 준비가 필요하다.

이렇게 비디오판독의 도입은 야구에서 인간의 판단 영역이었던 부분이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인정도 사정도 봐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어차피 인정사정 안 봐주는 승부의 세계이기에 이게 맞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idy015@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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