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차길진과 세상만사] 21. 대동의 정신을 살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합의해야

입력 : 2016-07-04 04:40:00 수정 : 2016-07-03 18:29:01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15년 3월, 10년 동안 끌어온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동학단체 20곳 중 13곳이 찬성하여 ‘전주화약(全州和約)일’인 6월 11일로 잠정 정해졌다. 동학혁명기념재단 측은“전주화약은 조선정부가 동학농민군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날로, 그 결과 폐정개혁안과 집강소까지 이어지는 성과를 내었다”며 전주화약일이 기념일로서 정하는 것이 맞다했다. 하지만 일부 단체들은 ‘전주화약일’이 국가기념일로는 부적합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을 전주화약일로 확정, 제정하려 하자 전북 정읍과 고창, 그리고 동학혁명 관련 단체가 반대운동에 나섰다. 정읍시의회는 건의문에서 “전주화약일은 역사적 검증이 미비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혁명을 기념할 수 없는 날이며 오히려 농민군이 관군에 속아 희생만 치른 날로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 부적합하다”고 한다.

지금 동학관련 단체들은 10년 동안의 격론과정을 겪고도 국민과 함께할 국가기념일도 결정하지 못하고 싸우고 있다. 그것은 전주화약에 대한 역사학계의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주화약에 대해서는, 1894년 동학농민군이 전주성을 점령한 뒤 초토사 홍계훈이 폐정개혁안을 먼저 제시했고 전봉준이 전황을 고려하여 이를 수용한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관군의 잇따른 전주성 공격으로 패배한 동학농민군이 먼저 강화를 제안함으로써 '전주화약'이 이루어졌다는 견해와 전주화약은 동학농민군의 주체적 역량에 의해서 성립된 것이 아니라 청군과·일군의 출병에 의한 주어진 강화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렇게 역사적 평가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온 국민이 공감하는 국가기념일로 제정할 수가 있을지 걱정이다.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1월 고부 농민 봉기로 시작되어 수십만 명의 희생자를 내었지만 봉건적 사회질서를 타파하고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반봉건의 기치를 높이 세운 최대 규모의 민중항쟁이다. 그런 역사적 의의는 인정하면서도 국가기념일 제정에 혼란이 있는 것은 동학농민혁명이 성공하지 못한 혁명이기 때문이다. 실패했기에 어느 시점이 기념할 만한지 역사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동학농민군의 폐정개혁안 상신 약속과 농민군의 전주성 철수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반대 주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주화약(全州和約)일을 국가기념일로 정하려 하는 것은 농민들의 봉기가 조선 정부를 움직였고, 그나마 명시적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의미에 역점을 둔 것이 아닐까한다.

그런 동학농민혁명을 얘기할 때 간과해서 안 될 것이 하나있다. 바로 농악(農樂)이다. 민중의 세를 결집시키고, 두려움을 떨치고 전투에 임하도록 하는 데 농악은 필수불가결한 무기가 되었다. 비록 농민들을 이끌던 수뇌부가 괴멸되고 대오가 흩어졌어도 농악은 농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던 것이다. 농악이야 말로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었던 농민들의 정신이자 선언이었다.

농악이 체계화되고 농민들의 희로애락을 대변하게 된 데는 한 때 공칭 600만 신도를 가졌던 민족종교 보천교의 역할이 컸다. 보천교 농악이라고 까지 불리던 정읍농악은 200여 명이 넘는 당대 최고수들이 어울려 공연을 하였고, 재능 있는 예인들을 훈련하여 전국 각지로 파견, 전수하도록 함으로써 호남우도농악의 기틀이 갖추어지게 됐다.

동학농민혁명의 실패 후 허탈감만 안고 고단한 일상으로 돌아간 농민들에게 농악은 그나마 신명을 뽑아 올려 쓰디 쓴 세월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민족의 구심점이었다. 그렇게 농악은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나갔고, 해방 후 정읍농악은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농악이 됐다.

그런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는 우리 농악이 지난 2014년 11월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것은 농악에 담긴 저항정신과 풍류, 해학과 해원의 신명을 세계인들이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동학농민혁명이 담고 있는 정신과 그 성과까지도 아우르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동학 관련 단체들이 보다 대승적인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합의점을 찾아 동학농민혁명의 국가기념일이 제정 선포되고, 그날 온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한 판 신명나는 농악의 가락에 젖어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