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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G세상 바로보기] 지휘자 김정주가 간과한 '그냥'의 의미

입력 : 2016-07-11 10:37:18 수정 : 2016-07-11 10: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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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넥슨은 어느 임원의 딸 문제로 곤욕을 치른다. 미국 명문대학 여러 곳에 동시 합격했다던 딸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고, 사내에 우수한 자녀를 둔 인물이 있다는 소식에 들썩이던 넥슨은 찬물 몇 바가지를 뒤집어 쓴 분위기였다. 이 임원은 넥슨에 입사한 지 반 년을 갓 넘긴 시기에 퇴사의 길을 택했지만, 소리소문 없이 다시 넥슨으로 돌아왔다.

넥슨은 일본 증시 상장 첫 돌을 앞둔 지난 2012년 10월, 현지 대표 모바일 게임 개발사 글룹스를 손에 넣었다. 글룹스는 당시 히트작 ‘대열광! 프로야구 카드’ 등으로 한 해 우리돈 3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룹스는 시장 대응력 부재로 사세가 급락했고, 장부 가격이 인수 가격보다 낮아지는(손상차손) 바람에 올해 1분기에는 226억 엔의 손실을 모기업인 넥슨에 떠넘겼다. 2015년 4분기 손상차손(110억 엔)을 합치면, 사실상 넥슨은 글룹스를 사는데 들인 투자금 365억 엔(당시 환율 기준으로 한화 5200억 원 가량)을 날려버린 셈이다.

2007년 연예인·고위층 자제를 대상으로 병역특례 비리조사가 실시됐을 때 게임 업계에는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현 엔엑스씨(NXC·넥슨의 지주회사) 대표의 이름이 회자됐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병역특례제도를 이행한다는 게 모순처럼 들려 이를 알아보려 해도, 넥슨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병역특례제도는 국가산업 육성·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공계 우수 인력이 과학기술 연구·학문 분야에서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게 도입됐다. 당시 김정주 대표 뿐만 아니라 업계 몇몇 경영진들이 입방아에 올랐다.

이처럼 넥슨은 국내 게임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명함만큼이나 갖가지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었다. 이 때마다 넥슨은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외부 요인 또는 불가항력 같은 이유를 들며 숨을 죽였다. 실제 임원의 딸 문제가 진실공방으로 치닫자, 며칠 전 반색하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넥슨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글룹스가 스마트폰 전용 게임 사업에 실패한 까닭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동안 넥슨은 ‘글룹스의 손실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당사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인 점을 참고 바란다’고 명기하면서 애써 선을 그었다. 대표의 병역 이력에 대해서도 일절 함구하는 게 넥슨의 원칙이다. “숨길 게 많다”는 의구심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김정주 대표는 앞선 세 가지 사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오너 기업인 넥슨과 범 넥슨 계열의 경영 활동에 창업자의 입김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넥슨의 자랑으로 불렸던 그 임원과 1996년 인연을 맺었고, 이후 미국에서 생활하던 그와 가깝게 지냈다. 넥슨의 손자회사 격인 한 기업의 대표로 영입했을 정도다. 국내로 불러와 넥슨의 대외 업무를 맡긴 것도 김 대표다. 또한 넥슨은 글룹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의 기존 경영진과 저작권 분쟁 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뭔가에 홀린 듯 걸음을 재촉했다. 상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넥슨 내부에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는 자성론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

자의든 타의든 김 대표는 넥슨이 앓고 있는 홍역의 중심에 자리했다. 최근 비상장 기업이던 옛 넥슨의 주식을 특혜매입해 거액의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검사장)과도 김 대표는 친구 사이다. 남의 소개를 받아 친해졌더라도 결과적으로 일탈을 보조한 건 바로 김 대표다. 남 탓인줄 알았던 화병의 근원이 자신에게 있었다는 걸 간과한 것이다.

이른바 넥슨 그룹의 자서전 격인 ‘플레이’에서 김 대표는 넥슨에 대해 “그냥 취직해서 사는 인생과는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회사”라고 평가한다. 그가 말한 ‘그냥’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오히려 평범하나 ‘스스로’ 택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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