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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작부터 잘못된, YG 새 걸그룹 블랙핑크

입력 : 2016-08-11 07:00:00 수정 : 2016-08-11 09: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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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신인 치고는 데뷔 과정이 너무 요란하다. 오후 8시에 음원을 공개하는 것부터 라이브 무대 없는 쇼케이스,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기자회견까지,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다. YG 새 걸그룹 블랙핑크의 이야기다.

YG에서 7년 만에 배출한 걸그룹 블랙핑크. 오랜 기간 공들인 건 알겠지만, 대중이 '대박 신인'이라 인정하기 전에 스스로 '대박 신인'을 선언한 모습이 너무나 불편하다. 지금껏 공개된 티저, 뮤직비디오, 안무영상 등도 YG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보여준 건데, 일부 매체들은 마치 블랙핑크의 무대를 본 것처럼 '실력파 걸그룹'이란 수식어까지 붙여주고 있다. 실력이 있다면 스스로 그 가치를 증명할텐데,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모양새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뭘 보여주고 싶었을까, 이상한 쇼케이스

지난 8일 열린 YG 신인 걸그룹 블랙핑크의 데뷔 쇼케이스. YG에서 7년 만에 내놓는 신인 걸그룹인 만큼 수많은 매체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도 그럴 것이, 수년 전부터 양현석 대표는 신인 걸그룹을 론칭한다고 공언했고, 그렇게 몇 년이 흐르게 됐다. 그래서 더욱 신인 걸그룹의 정체가 궁금했고, 그들의 실제 모습과 실력을 직접 보기 위해 꽤 많은 매체들이 몰렸다.

그런데 이날 쇼케이스는 기존 쇼케이스와 너무 달랐다. 뮤직비디오와 메이킹 영상만 공개하고, 라이브 무대는 보여주지 않았다. 데뷔 전부터 '실력을 겸비한 대박 신인'이라 홍보를 했으면, 이날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였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YG는 특유의 자신감인지, 아니면 아직 준비가 덜 됐는지 과감하게 무대를 생략했다. 심지어 사진, 영상촬영도 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모습에서, 쇼케이스의 의미가 퇴색되는 순간이었다.

황당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무대를 보여주지 않을 계획이라면, 기자회견에서 블랙핑크 멤버들의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답변을 '갓 데뷔한 신인이라 이 자리가 어려울 것'이란 이유로 양현석 대표가 대신했다. 심지어 한 기자가 블랙핑크 멤버를 콕 지목해서 '2NE1과의 차별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는데도, 양현석 대표는 블랙핑크 멤버들 대신 답을 해버렸다. 그렇게 블랙핑크는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못한 채 쇼케이스장을 퇴장했다. 이럴거면 뭐하러 쇼케이스를 했는지, 마치 양현석 기자회견에 블랙핑크가 참석한 것과 다름없었다.

▲블랙핑크, 결국 2NE1 아바타였나

8월 8일 오후 8시 블랙핑크의 데뷔싱글 '스퀘어 원'이 공개됐다. 상반된 스타일의 더블 타이틀곡 '휘파람'과 '붐바야'를 공개했고, 음원 발표 4시간 만에 8대 음원차트를 올킬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YG표 걸그룹의 음악인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이는 곧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머릿속에 가득했다. 또 누군가가 계속 연상되기도 했다. 바로 YG 선배 걸그룹 2NE1의 음악 스타일을 꼭 빼닮은 것. 마치 박봄과 씨엘이 블랙핑크의 음악에 참여한 것처럼, 익숙한 그녀들의 목소리가 귀를 감쌌다. 물론 YG 스타일의 곡이고, 테디가 만들었기에 유사하게 들릴 수 있지만, 똑같아도 너무 똑같은 느낌이었다. 심지어 2NE1이 이 노래를 불렀다면 느낌이 더욱 살아났을 것이란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양현석 대표는 "일부러 다르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고 어느 정도 유사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업계 1위 SM엔터테인먼트만 보더라도 소녀시대, 에프엑스, 레드벨벳까지 음악은 물론 콘셉트도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YG는 '업계 2위'라는 한계 때문인지, 도전보단 안정을 택했다. 데뷔곡과 데뷔 콘셉트는 블랙핑크를 평생 따라다닐 꼬리표와도 같은 존재인데, 시작부터 2NE1의 틀에 갇힌 것. '제2의 2NE1'을 기대했던 팬들은, '2NE1 2', '2NE1 아바타'를 만난 셈이다.


▲데뷔는 했는데… 무대는 언제 보여주나요

블랙핑크가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어떻게 보면 가장 힘든 첫 걸음이다. 그동안 양현석 대표의 입에서 '걸그룹이 곧 나온다'는 말이 수차례 쏟아졌지만, 이제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블랙핑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데뷔 전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바로 YG의 특성인 긴 공백기 때문이다. 앞서 이하이는 3년 만에 새 앨범이 나왔고, 악동뮤지션은 2년 만에 컴백했다. 아이콘과 위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콘은 해외투어를 이유로 반년 넘게 국내활동이 없고, 위너는 야심차게 'EXIT' 프로젝트를 선언하며 지난 2월 'E'를 선보였지만, 'X', 'I', 'T'는 감감 무소식이다. 그런데도 항상 '컴백 준비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며, 팬들을 힘들게 하는 게 바로 YG다.

뿐만 아니다. YG는 올 하반기에만 빅뱅, 2NE1, 위너, 아이콘, 악동뮤지션 등이 컴백해서 활동해야 한다. 그만큼 활동해야 할 팀이 많은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YG는 블랙핑크를 데뷔시켰다. 하지만 방송활동은 SBS '인기가요'뿐이며, 그 외에는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사실상 전무하다. 심지어 다음 활동도 보장이 안 된 상태다. 쉽게 말해 데뷔는 했지만, 사실상 개점 휴업과도 같은 상황이다.

특히 방송활동에 소극적인 YG이기에 더더욱 블랙핑크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물론 각종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있지만, 정작 그들이 서야 할 무대가 없다는 건 블랙핑크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까.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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