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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올라 리우] "죄송합니다" 김현우, "고맙습니다 김현우"

입력 : 2016-08-15 15:25:13 수정 : 2016-08-15 17: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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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국민 모두 기대하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입안에서 피가 나고, 얼굴엔 멍투성이, 팔꿈치가 탈골돼 움직일 수도 없는 김현우 선수가 대뜸 죄송하다고 합니다. 목에 걸고 있는 동메달을 어루만지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입니다. 과연 이것이 순수한 도전 정신을 강조하는 올림픽의 모습일까요.

김현우 선수는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2012 런던올림픽 66㎏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체급을 올려 75㎏급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사실 75㎏급에는 세계적인 강자인 로만 블라소프(러시아)가 버티고 있지만, 김현우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4년 동안 그 누구보다 피와 땀을 흘리며 힘든 훈련을 버텼습니다.

결과적으로 김현우 선수는 ‘오심 논란’ 속에서 블라소프에게 5-7로 패해 금메달 도전이 좌절됐습니다. 패자부활전 끝에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죠. 문제는 이날 ‘오심 논란’이 이미 짜놓은 시나리오의 한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국제레슬링연맹(FILA)은 ‘친러시아파’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한 관계자는 이날 스포츠월드를 통해 “네나드 라로비치 국제레슬링연맹 회장(세르비아)과 러시아 출신 실무부회장이 모든 것을 주무르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직전에 두고 난데없이 시드배정 규정을 만든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동안 레슬링은 올림픽에서 시드배정 없이 무작위 추첨을 통해 대진표를 작성했습니다. 더 의심스러운 부분은 세계랭킹이 아닌 2015 세계선수권대회 순위 기준으로 배정한 것입니다. 특히 통상적으로 1∼8위에게 시드배정을 하는 것과 달리 1, 2위에게만 부여한 뒤 무작위로 16강 대진표를 작성한 것이죠. 2015 세계선수권 당시 김현우는 예선에서 탈락했고, 블라소프와 마크 오버가드(덴마크)가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 블라소프와 오버가드는 금, 은메달을 나눠가졌습니다. 특히 블라소프는 러시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지만, 러시아레슬링연맹 권한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나요.

안타까운 점은 바로 김현우의 ‘도전 정신’이 모욕당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2012 런던올림픽 이후 리우올림픽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5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예선 탈락하는 슬럼프 속에도 재기를 꿈꾸며 매일 굵은 땀방울을 흘렸습니다. 살이 찢기고, 근육이 끊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이 악물고 달려왔습니다.

스포츠는 노력의 산물로 맺어진 순수한 경쟁의 향연입니다. 김현우 선수는 충분히 노력했고, 그 노력을 모두가 인정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했던 김현우 선수. 이젠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김현우가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 2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시상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리우 =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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