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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못다한 뒷이야기] ③ 손연재, 방황과 눈물로 지샌 2년… 그리고 엄마

입력 : 2016-08-25 14:05:17 수정 : 2016-08-25 16: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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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회였지만, 전 세계 선수들이 한 곳에 모여 열띤 경쟁을 펼치며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정상에 올라 환호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실패의 아픔을 겪고 무대 뒤로 퇴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띤 경쟁의 무대에서는 메달 수상 여부나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4년간 뜨거운 땀방울을 흘려온 이들의 도전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17일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현장을 취재한 스포츠월드 취재진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메달리스트에 밀려 시상식 무대 뒤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했던 선수들의 ‘리우, 못다한 뒷이야기’ 시리즈를 24일부터 3편에 걸쳐 공개합니다. ①전인지, 눈물의 고백 & 미소의 다짐 ②남현희, 그가 남긴 감동의 사진 한 장 ③손연재, 방황과 눈물로 지샌 2년… 그리고 엄마

[리우데자네이루=권영준 기자] 2년 전, 손연재(22·연세대)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당시 현장을 지켰던 스포츠월드 취재기자는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쏟아내던 손연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2년이 흘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펼쳐진 ‘2016 리우올림픽’ 무대에서 그와 다시 한 번 마주했습니다. 세계 4위. 비록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 선수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 타이,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2회 연속 올림픽 결선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사실 모든 스포츠 선수들은 ‘정상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손연재에게는 2014 아시안게임이 그랬습니다. 비록 세계 정상은 아니었지만, 리듬체조 불모지였던 한국에 의미 있는 금메달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후 2년의 시간을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부담감 속에 다시 도전에 나서기엔 심신이 지친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주변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상식 밖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몇몇 사진을 골라 ‘살 찐 손연재’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해 체중 관리도 못하는 선수로 낙인을 찍었고,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와 비교하며 헐뜯었습니다. 손연재 역시 이번 올림픽을 마치고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은퇴하고 싶었어요. 메달을 획득해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너무 힘든 시기였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 윤현숙(48) 씨는 딸이 한 번 더 올림픽에 도전하길 원했습니다. 심신이 지친 손연재와의 갈등이 시작된 것이죠. 알 수 없는 비난과 은퇴의 기로에서 슬럼프에 빠져버린 손연재였습니다. 그런 그를 잡아준 것도 역시 ‘엄마’였습니다. 그만큼 딸을 믿었고, 그 진심은 손연재의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대회를 마치고 만난 윤 씨는 “엄마 욕심 때문에 (손)연재가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잘 참고 여기까지 와준 것이 너무 기특하네요”라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손연재 역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도전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으면서도 “돌이켜보면 엄마가 끝까지 놓지 않고 잡아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렸을 때 일기를 쓰면 올림픽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꿈꿨습니다”며 “비록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난 내 꿈을 이뤘어요. 많은 사람의 도움과 사랑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4위라는 자리가 너무나 기쁩니다”고 전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메달권에도 들지 못하는 손연재가 이렇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도 되냐고. 분명한 것은 손연재는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에 나섰고, 숱한 고난 속에서도 한걸음씩 발을 내디뎌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로 썼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도전만큼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습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리듬체조 손연재가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인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결선을 모두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리우 =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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