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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43. 백두산이 폭발하면 북한이 가장 큰 피해

입력 : 2016-09-26 04:40:00 수정 : 2016-09-25 18: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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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경주 일대에 일어난 지진으로 많은 문화재가 피해를 입었다. 천년고도의 건물 지붕과 담벼락 기와가 떨어지거나 벽체에 균열이 발생하였다. 이번 지진은 서울에서도 그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규모 5.8 강진으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는 지난 22일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지진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지진 안전지대에 있다고 안심했던 많은 국민들은 더 이상 지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지진도 걱정스럽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백두산의 폭발이다. 지난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해 규모 5.0의 인공지진이 함경북도 풍계리 일대에서 발생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북한 핵실험의 여파로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기회 있을 때마다 얘기해왔다. 2006년 백두산 대동위령제를 위해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순간 발밑으로 강한 진동을 느꼈었다. 이번 지진사태를 지켜보면서 ‘백두산이 폭발할 날이 멀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내심 불안했다. 일본의 화산전문가인 히로마쓰 교수는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지각판 운동의 영향으로 백두산 분출 확률이 2019년에는 68%, 2032년에는 99%로 이른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어, 만약 백두산이 터진다면 역사상 가장 큰 폭발이 될 수도 있다. 백두산 인근 지역 뿐만 아니라 국가 자체를 위기에 빠뜨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록을 보면 백두산은 몇 차례 폭발했다. 일부 학계에서는 백두산 폭발로 인해 중국에서 '해동성국(海東盛國)'으로 맹위를 펼치던 발해가 멸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대국이던 발해가 거란족의 침입 한 번에 멸망했을 리가 없으며, 백두산 화산폭발이 일어난 시기에 멸망했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다.

백두산은 서기 946과 947년 각각 대규모로 분화했을 때 당시 화산폭발지수(VEI)는 7.4로 인류가 역사 기록을 남긴 지난 수천 년 간 가장 컸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고려 때 백두산 분화는 일본의 역사서에도 ‘하얀 재가 마치 눈처럼 내렸다’,‘하늘에서 소리가 났는데 마치 천둥소리와 같았다’는 기록으로 등장한다. 이때 나온 분출물의 양은 일본 학자의 추정에 따르면 83∼117㎦에 달했다. 유럽에‘항공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화산의 경우 화산폭발지수가 4였고, 화산재 분출량은 0.11㎦로 백두산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만약 백두산이 다시 폭발한다면 반경 수십km 이내 지역은 초토화될 것이 확실하다. 현재 백두산의 꼭대기 부분 지형을 감안하면 중국 지린(吉林)성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나, 만약 일부가 무너지거나 갈라지면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에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천지에 담긴 약 20억t에 달하는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면 압록강, 송화강, 두만강 등에 대홍수가 날 확률도 높다. 또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일본에 영향을 주고, 동아시아 일대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

백두산의 폭발은 백두산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백두산 화산은 일본 후지산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후지산은 300년 전인 1707년 12월 16일 마지막으로 폭발하였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화산체 남동 측면에서 솟아오른 화산재 기둥이 동쪽으로 이동했으며, 오후 1시까지 태양빛을 차단해 에도(현재 도쿄)의 하늘이 밤처럼 어두웠고 또 밤늦도록 화산재가 쏟아져 지면에 수북이 쌓였다고 한다. 지난 2006년에는 미진과 소규모 분화가 이어져 ‘후지산 폭발’이라는 공포가 일본 열도를 휩쓸었으며, 2000년 10월에는 산 정상부가 흔들리는 소규모 지진활동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5년 9월 아소산 화산 폭발로 후지산의 폭발징후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도 백두산 폭발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개성에서 열린 남북보건환경회담에서 북한은 "백두산 폭발이 임박한 것 같다"며 우리 정부에 지진계 설치를 요청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지진계 설치 요청을 수락했다. 하지만 핵실험 지진파까지 감지되는 지진계 설치로 인해 군사정보가 넘어갈 것을 우려한 북한이 결국 없던 것으로 하였다. 그리고 백두산 폭발에 영향을 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백두산은 성스러운 산이다. “꼭대기의 못은 사람의 숨구멍 같고 빛깔이 검어서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때는 첫 여름인데도 얼음과 눈이 쌓였고 바라보면 아득한 은 바다를 이루었다”라고 『만기요람(萬機要覽)』은 백두산을 아름답게 말하고 있지만 이제 지진이, 그리고 핵실험이 백두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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