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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 전병두가 말하는 #은퇴 #혹사 #마지막 등판

입력 : 2016-09-30 06:00:00 수정 : 2016-09-30 22: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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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정세영 기자] 최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전병두(32·SK 좌완 투수)와 만난 장소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이었다. 전병두의 시선은 잔디 정비가 한창인 그라운드에 연신 쏠렸고, 그의 눈가에는 살짝 이슬이 맺혔다. 가장 좋았던 기억인 2006년 제1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당시의 경기를 떠올릴 때는 연신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2003년 프로에 데뷔해, 14년간의 짧은 현역 생활을 마친 전병두는 “이제 후련하다고 해야될 지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시원섭섭하다는 게 현재 내 심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라고 했다. 

 ●힘겨웠던 1800일

2011년 10월6일 광주 KIA전. 결과적으로 ‘건강한’ 전병두가 마지막으로 1군 마운드에 선 날이다. 당시 경기를 끝으로 전병두는 끝을 알 수 없는 긴 재활에 나섰다. 그해 12월17일 왼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을 받았고, 이후 1800일 넘게 진행된 재활 기간 동안 전병두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었으면 벌써 포기할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지만, 있는 힘을 다해 재활에 매진했다. 

 “지난 8월말 쯤이었어요.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사실 통증은 계속 있었어요. ‘내가 너무 오래 재활을 했나’하는 생각도 많았어요. 그러던 중 구단 관계자와 면담할 기회가 있었고, 이제 공을 놓아야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재활은 정신적으로 전병두를 너무 지치게 했다. 올해 7월9일 화성과의 3군 경기에 나서는 등 두 차례 실전 등판을 가졌지만, 더 이상 실전은 무리였다. 통증이 다시 재발한 것이다. “안 아픈 애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평소 성격이 아쉬운 것을 많이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는데, 재활이 멈춰설 때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짧지만 강력했던 현역

전병두는 2000년대 말 ‘절대 왕조’를 구축한 SK 불펜의 핵심 축이었다. 2009년은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49경기에서 133⅓이닝을 소화했다. 선발과 구원 등 전천후 투수로 나서 8승4패 8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했다. 

“최고의 해였지만,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당시 외국인 선수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 저에게 기회가 왔어요. 4월15일 LG전(5⅓이닝 3실점) 첫 선발에서 잘 던졌고, 이후에도 나쁘지 않아 기회가 왔죠. 하지만 마지막이 문제였어요. 9월26일 두산전이 그해 마지막 경기였어요. 부상이 왔죠. 그해 포스트시즌을 TV로만 봤어요.”

이후에도 전병두는 핵심 투수로 활약했다. 2009년 시즌을 마치고 수술이 아닌 재활을 선택했고, 2010년 5월 1군에 돌아와 전천후로 뛰며 그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현역 생활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무대는 2006년 WBC였다. 전병두는 당시 대표팀에 합류해 한국야구의 세계 4강에 큰 힘이 됐다. “대표팀은 꿈도 꾸지 않았죠. 그런데 KIA시절이던 2005년 제가 유독 삼성전에서 잘 던졌어요. 그래서 그런지 선동열 WBC 투수 코치(당시 삼성 감독)가 절 잘 봤던 것 같아요. 리그에서 왼손 투수가 부상 등으로 많이 빠져 있는 것도 도움이 됐죠.”


●혹사 논란과 김성근 감독 

전병두를 설명할 때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혹사다. 2008년부터 4년 동안 전병두는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았고, 133경기(27차례 선발)에서 314⅓이닝을 던졌다. 겉으로 드러난 경기수와 이닝수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은 불펜에 ‘스윙맨’을 두는 걸 좋아했고, 전병두는 충분한 휴식 없이 마운드에 올라 긴 이닝을 던지기 일쑤였다.

“혹사라고 하시는 데 제 생각은 달라요. 사실 어깨 통증은 2007년부터 조금 있었어요. 결국은 제 욕심이었어요. 2008년까지 뭔가 제대로 한게 없었어요. 2009년 구위가 좋았고, 이 때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김상진 투수 코치가 괜찮냐고 여러번 물었는데, 괜찮다고 했죠. 나가고 싶었고, 던지고 싶었어요.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조절하지 못한 것이죠. 사실 투수를 하면서 내 투구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2008~2010년 폼도 구대성 선배의 폼을 우연히 따라하다가 만들었죠. ”

그렇다면, 그에게 김성근 감독은 어떤 사령탑일까. “사실 야구를 오래하고 싶었어요. 45살까지 하는 게 소원이었어요. 야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잘하는 일이었어요. 비록 은퇴는 하게 됐지만 김 감독님에게는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고 있죠. 감독님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기도 해요. 미천한 제가 은퇴식이라니요.”  

 ●소원이 이뤄졌다 

SK는 정규시즌 최종전인 오는 10월8일 인천 홈 경기 때 전병두 은퇴식을 열기로 했다. 전병두는 이날 현역 선수로 1군 마운드에 올라 1회 삼성의 첫 타자를 상대할 예정이다. 

“한 번은 더 던지고 그만 두고 싶었는데. 너무 고마워요.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어차피 이제 공을 던질 일이 없을 텐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공을 팍팍 뿌리라고. 근데 그게 힘들어요. 후련하게 던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던지진 못할 것 같아요. 공을 세게 더려고 하는 데 몸이 멈춰서요. 포볼은 안 줘야 하는데. 안 아파야 스트라이크 존을 던질 수 있는데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구단은 전병두의 향후 진로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당장 코칭스태프 합류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말을 잘 못하지만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야구를 하면서 못한 것을 선수들에게 잘 지도하고 싶어요. 선수들이랑 거리낌없이 지내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야구인으로 오래 남고 싶습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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