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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준의피치아웃] 가비지게임 그 쓸쓸함에 관하여

입력 : 2016-10-03 10:26:49 수정 : 2016-10-03 10: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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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송용준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의 특징은 승부가 갈릴 때까지 무제한 연장전을 치르느 끝장 승부에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메이저리그에 무승부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이닝 경기인 1920년 5월1일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와 보스턴 브레이브스(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26이닝 혈투를 벌였지만 1-1 무승부로 끝났다. 당시 조명시설이 없어 해가 지면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었던 탓이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시 두 팀의 선발투수였던 레온 커도어(부르클린)와 조 에스거(보스턴)가 모두 26이닝을 완투했다는 점이다.

올해도 메이저리그에 무승부 경기가 있었다. 바로 강정호가 뛴 피츠버그의 마지막 홈경기였던 9월30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전이다. 1-1로 맞선 6회 비로 경기가 중단된 뒤 1시간23분을 기다렸지만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심판은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서스펜디드 게임은 다음날 속개가 원칙이지만 이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컵스는 이미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1위를 확정했고, 피츠버그는 포스트시즌 탈락이 결정된 상황이었기에 굳이 경기를 속개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순위표에서는 이 경기가 빠진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막바지 의미 없는 경기를 아예 치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순위나 기록 달성 등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경기가 우천 등으로 열리지 못한 채 정규리그 일정이 모두 끝났을 경우 양팀 합의 하에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

흔히 이런 경기들을 ‘가비지(gabage) 게임’이라고 한다. 가비지란 ‘쓸모 없어서 버리는 쓰레기’라는 뜻이다. 즉 의미 없는 경기라는 뜻이다. 흔히 농구에서는 ‘가비지 타임’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20점 이상 점수차가 벌어지면 주전들이 빠지고 벤치 멤버끼리 나와 경기를 하는 시간을 말한다.

이제 KBO리그도 포스트시즌 윤곽이 가려지면서 가비지 게임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역대 최초 800만 관중까지 넘어섰으니 흥행에서도 이룰 것은 다 이뤘다. 메이저리그와 딸리 그래도 KBO리그는 어떻게든 모든 경기를 소화한다. 실제 포스트시즌 기간 치르지 못한 잔여경기를 치른 사례도 있다. 올해도 비가 더 와 취소되는 경기가 나오고 이것이 순위와 무관한 경기일 경우 포스트시즌 기간 이를 치르도록 돼 있다. 사실 이런 경기는 미디어도 관심을 두지 않지만 그래도 골수팬들은 어김 없이 야구장을 찾는다. 또한 이 경기들은 새 얼굴들을 테스트하는 시간이기에 기회를 얻은 신인급 선수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뛴다. 하지만 적지 않은 감독들은 경질을 걱정하며 경기를 치르는 때이기도 하다. 화려한 가을야구의 때에 가을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게임들이다.

eidy015@sportsworldi.com

사진=피츠버그 홈구장 PNC 파크 전광판에 지난 30일 시카고 컵스전 경기가 우천으로 무승부가 된 뒤 내년 시즌 첫 경기 일정을 공지하고 있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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