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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윤여정 "'죽여주는 여자'는 나의 사치품"

입력 : 2016-10-04 10:30:00 수정 : 2016-10-05 13: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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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류근원 기자] 저널니즘을 흠뻑 담은 영화가 6일 개봉한다. 배우 윤여정이 주연한 ‘죽여주는 여자’다. 노인 성매매 문제가 주요 소재지만 영화 안에는 각종 사회 문제를 골고루 담았다. 크게는 ‘어떻게 잘 죽느냐’ 하는 ‘웰 다잉’ 문제부터 안락사(조력자살), 다문화가정, 장애우, 성전환자 등 소수자 문제까지 사회문제가 종합세트로 담겼다. 영화의 부제목을 ‘사회학 개론’이라고 잡는다 해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영화는 이토록 답답하고 무거운 주제를 잔잔하고 침착하게 풀어낸다. 그럼에도 영화는 꽤나 웃기고 재미있다. 영화에 내포된 메시지와 여러 감흥도 묵직하게 잘 전달된다. ‘죽여주는 여자’는 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섹션 월드 프리미어에 초청돼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몬트리올 판타지아 영화제에서는 각본상과 여우주연상 2관왕을 차지했다. 지난2일(현지시간) 로마 아시아영화제에서 작품상도 받았다. 50년 차 배우 윤여정의 연기 내공이 뒷받침된 덕이다.

지난 28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윤여정과 진솔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이번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말해달라.

“처음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정신없이 봤다. 그때는 잘 몰랐다. 내 연기에 아쉬운 점을 찾느라 그랬다. 두 번째 봤을 때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반이었다. 이 영화는 금기시해 오던 ‘노인 성매매’라는 문제를 건드렸다. 친구가 이 영화 출연을 말렸다. 제목부터 그게 뭐냐며, 곱게 늙으라고.(웃음) 하지만 VIP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나더니 가치 있는 일을 했다. 잘 만들었고 잘 봤다고 하더라. 그 친구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었다.”

-이전 영화보다 파격장면이 많았다. 출연을 고민하지 않았나?

“이재용 감독을 믿었다. 이 감독은 담담하게 (연출을) 하는 스타일이다. 울부짖고 포효하는 게 아니고. 그렇게(담담하게) 연출할 줄 알았기 때문에 출연했다. 요즘 한국 영화는 대부분 극단적이고 자극적이다. 그렇게 연출할 사람이라면 안 했을 것이다.”

-촬영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하던데?

“이전에는 출연료 때문에 일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어려웠던 시절에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내 두 아들을 키웠다. 등록금도 내줘야 하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열심히 일해왔다. 환갑 넘어서 결심했다. 이제 부자는 아니지만 나한테 보상해주고 싶었다. 일이라도 사치스럽게 하자. 지금은 하고 싶은 감독과 작가와 작업하는 게 나의 사치다.”

-어떤 장면이 가장 힘들었나?

"성매매 장면. 특히 남산에서 장면은 정말 힘들었다. 그 장면이 시나리오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병원 장면도 지문을 보면 '사타구니에 주사를 찌른다' 정도였다. 얼굴도 모르는 다 벗은 남자 앞에서 서비스하는 장면을 찍는데 돌 지경이더라. 온몸에 문신이 있는데 매스꺼웠고 진짜로 토하고 싶었다."

-영화를 찍다보면 너무 몰입하기 때문에 후유증이 있다는데?

“그동안 다른 작품 할 때는 몰랐다. 이번 영화는 우울증까지 겪었다. 박카스 할머니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로 태어났을 것 아닌가. 하지만 뭐라도 해서 돈은 벌어야겠고, 법으로 금지되고 손가락질 받는 일을 하게 될 때까지 내몰리게 된 사람들이다. 영화를 찍고 나서 길 가다 폐지 줍는 노인만 보이면 마음이 아파 아예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고 일어나서 인권 운동을 할 수도 없잖은가. 그냥 겨우 ‘안 볼 거야’하면서 비겁하게 고개를 돌렸다. 알고 지내던 한 설치미술가에게 ‘난 이것밖에 못한다’고 말했더니,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보시하는 거라 하더라. 그렇게 위안 받았다.”

-영화에서 노인 자살 문제에 많은 화두를 던지더라?

“시사회를 본 유시민(전 장관)씨가 그러더라.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 자살의 가장 전형적인 3가지 유형을 그려냈다고. 중풍으로 인해 혼자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오는 자존감 파괴, 치매로 인한 자아상실의 문제와 그에 대한 공포,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음으로써 오는 절대 고독.”

-무거운 주제지만 담담한 연기였다.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길에서 아이를 덥석 데리고 집에 들어온 소영이를 대하는 이웃 사람들의 태도였다. 티나가 아이를 보고 “걔는 또 뭐야”라고 묻자 “길에서 주워 왔어”라며 소영이 대답한다. 그 이상 아무것도 안 묻는다. 인생의 아픔을 아는 사람들은 남한테 시시콜콜 안 물어본다. 나는 어떤 사람이 이혼했다고 하면 그 사람이 왜 이혼했냐고 안 물어본다. 감독이 소외된 사람들끼리 사는 모습을 잘 썼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이 봐줬으면 하는 부분은?

“저도 약자였던 적이 있었다. 소수자로 살아봤었다. 예전에 미국과 호주에 있을 때(그때는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잘 모르던 시절이다) 애들이 저 졸졸 쫓아다니면서 놀렸다. 아이들이 눈을 찢는 제스처를 하면서 “차이니즈, 재패니즈”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거기 할머니들은 “너희 나라 하늘도 우리나라 하늘과 똑같냐”고 묻기도 했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택했다. 우리는 어딘가에서 모두 소수자가 될 수 있다. 제 삶도 늘 주류는 아니었다. 소수자에게는 뭘 도와야 하는지 고민할 것 없다. 색안경만 안 끼고 봐주면 된다.”

stara9@sportsworldi.com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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