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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45. 윤회(輪廻)를 알지 못했던 스웨덴보르그

입력 : 2016-10-05 04:45:00 수정 : 2016-10-04 18: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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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9월 15일 밤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 발사에 성공했다. 우주시대에 강대국들은 앞다투어 광활한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고 있다. 인간은 수십 년간 우주탐사를 해왔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우주의 극히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반대로 외계인이 처음 지구를 방문했을 때는 어떠했을까.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하라 사막에 착륙했다면 지구는 끝없는 모래벌판이라 생각할 것이고, 시베리아에 도착했다면 지구는 차디찬 얼음 땅이라 판단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우주에서 볼 때는 시각장애인이 코끼리 만지듯 생각하는 바가 다른데 보이지 않는 광대한 영혼의 세계를 어찌 다 안다 할 수 있겠는가.

스웨덴에는 유명한 영능력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 스웨덴보르그. 1688년 스톡홀롬에서 신학교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대학 졸업 후 5년간의 해외유학을 마친 뒤 스웨덴으로 돌아와 광산국 감사관으로 평생을 일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영적인 눈을 뜨게 된 것은 55세 무렵었다. 이후 20여 년 넘게 사후세계를 오가며 영혼세계를 자세히 묘사한 <영계일기>라는 책을 남겼다. 그가 영계에서 보고 경험한 것을 기록한 일기를 모은 것으로, 그가 발견한 영적인 사실, 현상, 원리 등도 담고 있다.

스웨덴보르그의 영적 경험은 칸트, 헤겔 같은 철학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천국과 지옥을 묘사한 괴테의 명작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 박사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졌다. 그가 남긴 저서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심령전문가들의 기본서로 삼고 있다.

그의 영혼관에는 18세기 종교적 세계관, 문화적 상식과 과학, 목사의 아들이라는 특수한 요소가 녹아있다. 아인슈타인이 뉴턴보다 뛰어나다해도 뉴턴의 위대성이 반감되지 않듯 스웨덴보르그의 위상 또한 변함없다. 다만 시대가 변화하고 발전함에 따라 새 시대의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혼관에서 몇 가지는 나와 견해가 다르다. 영혼에 대한 개념에서 나와는 거리가 있다. 그가 만난 영체는 현존하고 있는 영혼이 아니라 육체가 살아있던 당시의 상념체이다. 가령 내가 이순신 장군의 영(靈)을 초혼한다면 조선시대의 상념체를 차원 이동을 통해 만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영혼은 환생을 통해 이미 다른 몸을 받았기 때문에 현대까지 남아 있는 영혼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영혼을 삼혼칠백(三魂七魄)이라고 해서, 죽으면 육체는 백이 되어 땅으로 돌아가고 혼은 공중에 흩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스웨덴보르그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종교적 성인들의 영혼을 만나 대화하고 안내하는 대로 영계를 탐험했던 내용을 그대로 전하고 있었다. 만약 콜럼버스의 영체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당대의 지식과 신념을 갖춘 콜럼버스는 여전히 자신이 다녀온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한 그의 주장을 현세에 그대로 전한다면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내가 만난 일제강점기 때 영가들이 우리나라의 분단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고백하기를 영계 일각에서 목격한 환생현상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왜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가 영혼과 상념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윤회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웨덴보르그의 기독교적 영혼관에는 ‘윤회’가 배제되어있기 때문에 죽었을 당시 영혼이 여전히 현대까지 영계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스웨덴보르그의 이러한 시각차는 그의 저서 곳곳에 녹아있기에 그가 살았던 시대적, 개인적 상황을 감안하여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내가 만약 일찍부터 영혼을 묘사한 기존의 책들을 등불로 삼고 영계를 탐험했다면 나 역시도 그러한 18세기의 영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고, 영혼이야기를 다룬 <한 마리 까치 되어> 책도 출간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혼에 대해 아주 작은 것부터 직접 겪어가며 홀로 연구해온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한편으로는 스웨덴보르그의 저서를 늦게 만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 세대에 맞게 영적 세계로의 접근 방식은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우주를 탐사해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300여 년 전 스웨덴보르그가 <영계일기>를 남겨 종교와 문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듯이, 나 역시 기회가 된다면 나만의 <영계일기>를 남겨 우주 시대를 반영한 영계지도를 새롭게 그려보고자 한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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