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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50. 복권당첨자의 파산

입력 : 2016-10-24 04:40:00 수정 : 2016-10-23 18: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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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어려울수록 술 소비가 늘고 복권 사는 사람들은 더 많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주말만 되면 복권판매소 앞에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사람들은 당첨여부에 상관없이 복권 한 장이면 일주일이 행복하다 말한다. 돼지꿈이라도 꾸면 인생역전을 위해 제일 먼저 복권(福券)부터 사게 된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대박을 꿈꾸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당첨이라도 되면 ‘복이 터졌다, 복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복권의 대명사인 로또는 1971년 6월 미국 뉴저지주에서 판매를 시작하여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12월 시작되었고, 2015년 로또의 판매액은 3조 2571억 원이었다. 전년도 판매액보다 6.8%나 증가했다고. 매년 복권판매액은 늘어나는데 뉴욕대의 한 교수는 “대박을 터뜨린 복권당첨자의 약 30%는 파산을 당한다”고 말한다. 인생역전이 아닌 파산을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미국에서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그 이후 생활을 추적한 적이 있다. 하루아침에 천문학적인 거액을 거머쥐었던 사람들은 어떤 인생역전을 하며 살고 있을까? 기쁨의 괴성을 지르며 들떠있던 당첨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취재진은 너무나 의외의 결과에 어리둥절하고 말았다. 10여명의 당첨자 중 대부분이 패가망신하거나 매우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박의 행운이 그들에게는 결과적으로 재앙이었던 셈이었다. 그런데 단 한명만이 정상적으로 살고 있었다. 그 비결은 간단했다. 거액의 당첨금을 수령하여 은행에 저축하고는 한 푼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없는 돈으로 여기며 직업도, 낡은 집도 바꾸지 않고 예전 생활을 그대로 유지했던 것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복(福)을 받은 게 아니다. 잠시 운(運)을 받은 것뿐이다. 복(福)이란 한자로 풀어보면 ‘하늘이 사람에게 내려서 나타난다, 넉넉하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조상을 정성껏 위하면 복을 받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리고 운(運)은 ‘돌다, 회전하다’란 뜻으로 받으면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

복과 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복(福)은 자신이 전생에 지은 카르마와 현생의 마음가짐에서 차곡차곡 쌓인 적금통장이라 말할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누구나 ‘복(福)통장’ 하나를 손에 쥐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금액이 똑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달라서 마이너스 통장일 수 있고, 평생 걱정 안 해도 될 정도의 거액 통장일 수 있다. 금수저, 흙수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생을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현생과 내생의 복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복(福)이 적금통장이면 운(運)은 대출통장이다. 복권은 엄밀하게 말해서 운권(運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복권에 당첨된 것은 대출을 받은 것이다. 복과 운을 구별하지 못하면 스스로 화를 자초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며, 하늘이 잠시 빌려준 운을 복으로 착각하여 분별없이 사용하면 가진 것마저 모두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복권당첨자가 파산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이다.

세상에 자기만의 힘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성공한 CEO 중에는 당당하게 자수성가(自手成家)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과연 그럴까 생각하고 물어보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당연히 받을 걸 받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지금의 성공이 전생에 잘 쌓은 업인 것을 모르고 말이다.

고급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찾아와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바라는 것이 해결되자 그는 식당을 확장하고 부동산을 매입해 건물을 짓는 등 빠르게 사업을 넓혀나갔다. 머지않아 큰 부자가 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2년이 지나 나를 다시 찾아왔을 때는 그는 성공한 부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성공이 영원할 줄 알고서 무리하게 은행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했다. 그는 가진 것이 그저 운이었음을 알지 못했으리라.

‘한 방울의 빗방울을 우습게 생각하지 마라. 그것이 장강을 이루고 대해를 이루며, 한줌의 흙을 마다하지 않기에 태산을 이루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살다보면 일이 뜻대로 안 될 때가 있다. 때로는 “왜 나에게는 복이 없는 거지?”라고 자책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자기의 복 통장을 크게 만들어야한다. 그러면 인생이 지금보다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설사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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