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더그아웃스토리] LG 임찬규母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내 아들에게”

입력 : 2016-10-24 07:00:00 수정 : 2016-10-24 10:46:12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안녕, 우리 아들. 집에서 매일 보다가 이렇게 편지를 통해 얘기를 전하려니 좀 쑥스럽다.

엄마 속 썩이지 않고 잘 큰 찬규를 보면 참 고마운 마음이 들어. 무엇보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LG에 입단해 올해는 포스트시즌까지 참가하고 있잖아. LG에서 뛰겠다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전력질주한 아들을 보면 엄마가 얼마나 뿌듯한지. 

어릴 때부터 찬규는 참 모험심이 강한 아이였지. 주전자가 뜨겁다고 하면 꼭 만져봐야 직성이 풀리던 아들. 그런 아들이 아빠 따라 처음 간 잠실 야구장에서 9번 이병규를 보고 홀딱 반해서 야구 선수하겠다고 졸랐을 때 사실 걱정도 많았어. 운동선수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 그런데 아들이 생일선물로 야구 시켜달라고 엄청 졸랐지.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데 그 고집을 꺾을 수가 없더라. 

사실 그때만 생각하면 엄마가 미안한 일이 너무 많아. 찬규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아버지 사업이 실패해서 엄마까지 일을 해야 했잖아. 옆에서 더 잘 챙겨주고 했어야하는데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 엄마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면 그런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너무 힘들고 미안했어. 그런데 찬규는 오히려 엄마를 위로했지. 내가 반드시 성공해서 부모님 힘들지 않게 해줄 거라고.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찬규는 가장(임찬규는 1남1녀 중 막내)같았어. 의젓했지.
   

그랬던 찬규가 지금 건강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모든 고생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 든단다. 사실 아들도 알다시피 엄마는 야구장에 가질 못해. 딱 한 번 야구장에 갔던 2011년 6월17일 잠실 SK전. 그때 아들이 5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팀이 패하던 날. 너무 충격을 받았어.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아픈데 아들은 지금 얼마나 힘들까…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더니 그날 약간 마비 증세가 와서 밤에 화장실도 혼자 못 갔지. 그날이 엄마의 처음이자 마지막 야구장 출입이었어. 지금도 아들이 경기에 나오면 TV로도 못 보고 바로 기도를 드리러 가. 아들은 이제는 편히 보라고 하는데 엄마는 그게 쉽지 않네. 이번 포스트시즌도 엄마는 기도로 응원할게.

사랑하는 아들. 프로선수가 되고 나서 변함없이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줘서 고마워. 집에서도 항상 웃으면서 얘기하는 찬규를 보면 오히려 엄마가 힘을 받아. 임찬규라는 이름만 들어도 내 가슴이 뛰고 눈물이 글썽해진단다. 

LG에서 뛰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늘 말하는 우리 아들. 앞으로도 좋은 사람만 만나고 좋은 생각만 하면서 멋진 야구선수가 되길 바란다. 바라는 대로 평생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LG의 레전드가 되기를 엄마는 계속 기도할게. 포스트시즌에서도 아프지 말고 늘 힘내자. 사랑한다 아들.

정리=박인철 기자 사진=임찬규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