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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G세상 바로보기] '엉뚱한 상상'의 참된 의미와 가치

입력 : 2016-11-14 13:35:33 수정 : 2016-11-14 15: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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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은 이른바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된 작은 조각들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화가 잦다.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화려한 그래픽에 열광하던 10년 전 모습은 이제 시·공간을 초월한 ‘내 손안에 모바일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모바일 게임 영역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1세대 기업들은 어느새 변화한 흐름을 읽히느라 촌각을 다툰다. 시대적 무게중심이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쪽으로 흐르는 요즘, 이에 발맞춘 분위기도 일종의 별난 상상에서 나왔을 법하다.

엉뚱한 상상이라는 표현은 게임 산업의 태생적 기반을 요약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게임 산업이 속한 콘텐츠 분야에서는 상식을 넘어, 때론 기발한 생각과 실험적인 도전이 빛을 발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설령 뇌리에 떠올렸을지라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허상(虛像)들이 색다른 시선과 시각으로 현실이 된다. 창의를 생명선처럼 여겨야 하는 게임 업종의 속성은 천편일률적이고 일방향식 수긍이 아닌,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기대와 잠재성을 내포한다. 그 과정에서는 방향을 잡아주는 조타수의 역할과 구성원들의 협업에 따라 기발함이냐, 아니면 공염불이냐의 경계에 놓인다.

게임 업계에서 엉뚱한 상상이라는 기치를 꾸준히 기업 가치와 접목시킨 곳이 있다. 넥슨은 20여년 전 창업한 이후 최고 경영자부터 실무진까지 ‘엉뚱한 상상’이란 말이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기업을 함축한 요체로 만들었다. 게임 콘텐츠는 물론, 전사 차원의 모든 활동에 이를 차용한다. 엉뚱한 상상에서 창의적인 사고가 싹트고, 이것이야말로 지향점이라고 넥슨은 자평한다. 국내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을 세웠고, 어린이들의 재활을 돕는 병원을 묵묵히 지원하고 있는 것도 엉뚱한 상상의 확장판이다.

모든 역사가 후일에 평가를 받듯, 엉뚱한 상상의 실존적 입증은 시간이 담보돼야 한다. 정작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회장이 대학 동창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게 엉뚱함을 넘어 그릇된 망상(妄想)이었다는 결과 역시 10년 가까이 흘러 올해 여름에나 판명난 게 일례다. 또한 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자양분이 되는지, 잡초로 솎아내야 할지는 기업 스스로 판단하는 기준에 맞게 달라지나, 보편타당한 평점은 사회적 기대치와 맥을 함께 한다.

넥슨은 오는 17일 부산에서 열리는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서 35종의 신작을 공개한다. 장르도 다채롭거니와 자체 개발작과 배급작 등 한해를 마감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망라한다. 하지만 재화와 인력이 제한된 가운데, 한꺼번에 너무 방대하게 전선을 구축하면 역량이 분산되면서 자칫 원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유력 IP(지적재산권)에 자금이 집중되거나, 한편으로는 초반 성과가 특출하지 않은 게임들은 조기에 기업의 시야에서 멀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넥슨의 입장도 일리는 있다. 이정현 넥슨 부사장은 “다양성에 입각해서 세상에 없던 게임을 가리지 않고 선보이자는 게 목표”라고 강조한다. 개발 쪽을 담당하는 정상원 부사장 역시 “(35개 신작 중) 일부는 끝까지 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시도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최근 ‘문명 온라인’의 서비스 중단 소식에 대해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 시도가 게임 업계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도 견줘 설명했다.

이는 엉뚱한 상상이라도 시도 자체에 가치를 둔다는 뜻이다. 그 동안 넥슨은 한해 평균 10여 종의 라인업을 내놨다. 이번 지스타에서 예전보다 2배가 넘는 신작들을 미리 소개한 뒤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는 있으나, 과도한 공급이 짐짓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틈을 주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흥행과 직결된 시장성은 차치하더라도 작품성이나 완성도마저 정확하게 검증받지 못한다면 사업을 담당하는 넥슨으로서도 불행이 될 수 있다.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갖고 고정 자산을 집행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필요한 대목이다.

다양성에 가치를 부여하는 게 무한한 면책특권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설익은 열매를 두고 ‘시도에 의미가 있었다’고 포장하는 건 엉뚱한 상상이 아니라 무책임한 방종이 될 수 있다. 미래 지향적인 엉뚱함에는 결과에 상관없이 박수가 따르지만, 억지로 점철된 생뚱맞음에는 시장의 외면만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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