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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도로공사, 누가 그들을 울렸는가

입력 : 2016-11-30 10:45:33 수정 : 2016-12-01 13: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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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왜 이런 일로 힘들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29일 흥국생명과의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이효희(36), 정대영(35), 배유나(27)는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말을 제대로 잇기 어려울 정도였다.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외국인 선수 케네디 브라이언(22·미국) 역시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사건은 26일 인삼공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계를 지켜본 일부 팬들이 도로공사 토종 선수들이 공격에 성공한 후 세리머니를 하는 과정에서 브라이언을 배제시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팀 내 최고참인 이효희와 정대영이 집중 타깃이 됐다. 이효희는 SNS를 통해 ‘그런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의 비난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두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하나는 어색한 세리머니다. 당시 도로공사는 5연패 중이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평소와 다른 세리머니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평소 도로공사는 득점 후 코트 가운데 모여서 토닥이는 세리머니를 펼치곤 했지만, 이날은 최은지의 제안 하에 코트 위를 뛰면서 세리머니를 하게 된 것이다. 달라진 세리머니에 브라이언은 다소 어색해했고, 언니들을 따라 뛰는 브라이언의 모습이 묘하게 카메라 앵글에 걸렸다.

두 번째는 브라이언의 서툰 한국어 실력이다. 당시 브라이언 개인 SNS를 통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들이 올라왔다. 한국말을 잘 몰랐던 브라이언은 팬들의 글에 ‘좋아요’를 눌렀고, 이는 오해를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브라이언은 이후 글 하나하나마다 직접 댓글을 달며 해명했지만 이미 왕따 의혹은 일파만파 퍼진 상황이었다. 브라이언은 “나는 이 팀에 있어 너무너무 행복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도로공사 선수들은 갖은 인신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정대영은 “경기에만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세리머니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어떤 이들은 ‘아기 엄마고 교인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하더라”며 눈물을 훔쳤다. 배유나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예전 남자친구와 관련된 편지 포스팅까지 짜깁기해서 ‘얘는 원래부터 인성이 쓰레기’라고 하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맏언니 이효희는 “내가 너무 배구를 오래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만 같다. 대장 노릇 한다는 얘기도 많이 봤는데 전혀 아니다. 나이 많다고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선수들은 결국 이 모든 것이 저조한 성적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30일 현재 도로공사는 2승8패(승점 9점)를 기록, 최하위 순위로 쳐져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7연패 중이다. 힘들 때일수록 더 믿어주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이 팬이 아닌가. 이효희는 “흥국생명 팬이라는 분께서 본인은 왕따 의혹이 사실이 아니란 걸 잘 안다. 원한다면 해명 영상을 줄 수도 있다며 위로하더라”며 씁쓸해했다. 어긋난 팬심은 선수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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