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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62. 고유문화도 선점해야하나

입력 : 2016-12-05 04:40:00 수정 : 2016-12-04 18: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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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 제11차 유네스코(UNESCO)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제주의 해녀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가 제주해녀문화에 대해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점과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점, 그리고 관련 지식과 기술이 공동체를 통해 전승된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제주 해녀문화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여성문화다. 바다를 터전으로 독특한 삶과 생활방식을 이어온 제주 해녀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자성이 있다.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온 해녀는 문헌상으로는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진주가 섭라(지금의 제주도)에서 생산된다’라는 기록이 가장 오래됐다. 이 기록대로라면 160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1105년 고려 숙종 때는 탐라군의 구당사(句當使)로 부임한 윤응균이 ‘해녀들의 나체(裸體) 조업을 금한다’는 금지령을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초기 해녀는 별도의 장비 없이 벌거벗고 물속으로 들어갔으며, 조선 중기까지도 계속 나체로 작업을 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들은 생복을 잡아다가 관가 소징(所徵)의 역에 응하고, 그 나머지를 팔아서 의식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생활의 강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더구나 불렴(不廉)의 관이 있어 탐오지심이 생기면 명목을 교묘히 만들어 징색(懲索)하기를 수없이 하므로 1년 동안의 소업으로서도 그 역에 응하기가 부족하다. 하물며 관문의 수납(輸納)의 고통과 징수하는 이서(吏胥)의 폐가 끝이 없으니 또 무엇으로서 의식이 자(資)를 바라리오. 이런 까닭에 잠녀들은 탐관을 만나면 거지가 되어 돌아다닌다고 한다.”

조선 후기 제주도로 유배를 간 이건(李健)이 쓴 한문수필집 ‘제주풍토기’의 글에 나오는 이야기다. 잠녀(潜女), 즉 해녀의 풍속 및 관원들의 갖가지 횡포 등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그 당시 해녀들이 얼마나 고달픈 삶을 살았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래서 19세기 말부터 제주 해녀들은 활동 영역을 동해까지 넓혀나갔고 심지어 객주(客主)의 인솔에 따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의 다롄(大連)과 칭다오(靑島)까지 가서 물질을 했다.

그 옛날 제주 해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일본 해녀 ‘아마(海女)’에 대해 일본이 몇 년 전부터 자신들이 원조라며 황당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프랑스 언론에서 일본 해녀 ‘아마(海女)’에 대해 보도되고, 이어 2014년에는 미에현(縣)이 ‘아마’를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하면서 원조 타령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일본이 ‘아마’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까지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후보신청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일본 정부가 ‘아마’를 적극 홍보한 배경에는 어촌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방송과 언론을 통해 ‘아마’를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서 해녀가 있는 지역에는 매년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다고 할 것이다.

2012년 우리의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등재되기 전 중국은 조선족 아리랑을 자국의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마치 아리랑이 중국 고유의 민속 문화인 양 내세웠다. 우리가 이에 항의했을 때 중국은 2011년 7월 11일자 ‘인민일보’에서 “한국이 아리랑을 길거리 음악으로 방치하고 상관하지 않는 기간 동안, 중국은 이미 아리랑을 중국소수민족 전통으로 인정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를 중국의 비아냥거림 정도로 치부하고 말일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아리랑을 민족의 혼이라고 말하면서도 제대로 보존 관리하기는 하였던 것인가.

지금 세상은 문화전쟁이다. 문화가 종교에 우선하는 세상이다. 우리의 해녀문화는 매우 독특하다. 그래서 우리는 당연시하고 무관심했는지도 모른다. 중국이 아리랑을 선점하려 했듯이 일본도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해녀를 자기 문화로 선점하려 했다.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까지 영유권 주장을 하는 마당에 해녀는 말해 무엇 하랴.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고유문화도 소유권을 다퉈야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제주 해녀가 물에 들어가기 전 부르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흥을 돋우기 위한 단순한 노동요가 아니라 해녀들의 삶 그 자체이다. 지금 제주해녀는 해마다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 남아있는 해녀도 노령화로 언제 그 맥이 끊어질지 알 수 없다. 지속가능하지 않는 문화는 의미가 없다.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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