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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70. 정유년은 환국(換局)이다

입력 : 2017-01-02 04:40:00 수정 : 2017-01-01 17: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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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병신년(丙申年)이 지나갔다. 정유년의 상징은 어둠을 걷어내고 새벽을 알리는 닭이다. 새로운 하루, 새로운 시대가 열림을 알리는 동물이다. 역사를 보면 정유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1597년 정유재란으로 나라가 빈사상태에 있을 때 명장 이순신이 나라를 구했고,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여 자주독립 국가임을 세상에 알렸다. 나라가 힘이 없을 때 늘 반전의 움직임이 있었다. 올해 또한 국민의 촛불시위로 대통령이 직무정지 되었으니 이는 정유환국(丁酉換局)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환국(換局)은 정국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판이 변했다. 새누리당이 제2당으로 밀려난데 이어 분당을 하면서 4당 체제로 정치판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정치권은 늘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반복해 왔다. 지금의 4당 체제는 국민이 원해서 된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정략적 선택에 불과하다. 그러니 정략적으로 이해가 맞으면 언제든 또 이합집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보수도 없고 진정한 진보도 없는 정치판이니 말이다. 국민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유신정권, 군사정권, 그리고 민주주의의 후유증으로 이어져 왔다. 그 연장선에 있다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끝으로 과거의 연(緣)을 자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그래서 새롭게 태어나는 2017년은 대단히 중요한 해라고 아니 할 수가 없다.

국민들은 지난해 경주지역 지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았다. 농장 주인들은 AI 사태로 약 30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가 무능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미 경험했음에도 또다시 우왕좌왕하다 인재(人災)만 커졌다. 국민들이 마음의 상처만을 안은 채 그저 그렇게 송구영신(送舊迎新)했던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5년 동안 340명을 처형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핵개발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본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와 함께 진주만 애리조나 기념관을 방문했지만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주변국에 대한 배려는 없이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임을 자랑했다. 여기에 중국은 여전히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하여 우리의 사드배치 결정 철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올해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지난 연말 언론사로부터 새해 국운에 대한 인터뷰 요청 전화를 많이 받았다. 매년 하는 인터뷰이지만 내 목소리가 잠겨있는 관계로 전부 사절을 하였다.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부터 내 목은 잠겨버렸다. 그것은 함부로 예언하지 말고 말을 아끼라는 계시라고 생각하고 있다. 목의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나는 말을 자제하려 한다.

한비자(韓非子)는 “겨울날 얼음이 단단히 얼지 않으면 봄여름의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지 못한다.(冬日之閉凍也不固,則春夏之長草木也不茂)”고 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겨울이다.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모두 얼어있다. 우리가 만든 얼음이니 제대로 얼었다가 녹여야 한다. 그래야 여름에 초목이 무성해지지 않겠는가.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벌레가 먹었기 때문이며, 담이 허물어지는 것은 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벌레 먹은 나무는 부러져야 그 자리에 새로운 나무가 자란다. 틈이 생긴 담은 무너져야 튼튼한 담을 새로 쌓을 수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부러질 것이 부러지고, 무너질 것이 무너졌다. 곪아있던 종기가 터졌으니 이제 새살이 돋을 차례다.

대학교수들은 2016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다. 하지만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모이면 거대한 횃불이 되어 대통령도 물러나게 할 수 있음을 이미 보여주었다. 지난해가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면 정유년은 ‘이유극강(以柔克剛)’ 하였으면 한다. 2016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부드러움의 참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촛불을 보여주었다. 2017년 정유년에도 그 부드러움이 이어져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으로 국격을 한층 더 높였으면 한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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