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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문성민, '적' 진상헌에게 '엄지 척' 왜

입력 : 2017-01-19 06:00:00 수정 : 2017-01-19 10: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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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불꽃 튀기는 코트의 경쟁 속에 ‘훈훈함’이 꽃을 피웠다. 문성민(현대캐피탈)과 진상헌(대한항공·이상 31) 동갑내기 친구의 이야기이다.

지난 18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전은 리그 1∼2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평일 저녁 경기에도 3000여명의 관중이 관람석을 메웠다. 경기 양상도 결승전을 방불케 했다. 현대캐피탈의 외인 톤이 부진을 거듭하며 이탈한 가운데, 대한항공이 두 세트를 획득해 승부가 기울었다. 하지만 3세트부터 현대캐피탈이 주포 문성민을 중심으로 반격을 시작하며 피 말리는 접전을 펼쳤다. 이날 대한항공이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지만, 명품 경기는 관중을 열광하게 했다.

흥미로운 장면은 승부가 갈린 4세트 초반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초반 연속 3득점으로 3-0까지 앞서가며 기세를 올렸다. 그런데 전열을 가다듬은 대한항공이 추격을 시작했다. 현대캐피탈이 3-2로 앞선 가운데 문성민이 있는 힘껏 날아올라 강력한 후위공격을 시도했다. 이때 대한항공 센터 진상헌이 펄쩍 뛰어올랐고, 네트 위에서 불꽃이 튀겼다. 그리고 공은 현대캐피탈 코트 위에 덩그러니 놓였다. 주포의 공격 실패로 현대캐피탈의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블로킹에 성공한 대한항공은 주도권을 뺏어오며 승기를 잡았다.

이때 공격에 실패한 문성민은 네트 앞에 서있는 상대 센터 진상헌과 눈이 마주쳤다. 자존심이 상할 법한 문성민은 진상헌을 바라보며 두 손을 들어 엄지 손가락을 펼쳤다. 물론 실패로 인해 자존심이 상했지만, 경쟁자를 향한 존중의 표시를 숨기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진상헌도 눈웃음을 지으며 화답했다.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공존한다. 코트에서는 ‘으르렁’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은 동작 하나로 또 다른 스토링텔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스포츠이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이와 같은 장면이 나왔다. 지난 시즌 레스터시티의 ‘기적 우승’을 이끈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레스터시티 감독의 끈질긴 구애에도 첼시로 이적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레스터시티와 첼시의 맞대결에서 처음 만났다. 경기를 앞두고 캉테를 마주한 라니에리 감독은 활짝 웃으며 레슬링 기술인 헤드락을 걸어 반가움과 아쉬움을 함께 표시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안토니오 콘테 첼시 감독도 활짝 웃었다. 이 장면에 유럽은 물론 한국 축구팬까지 열광했다. 스포츠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이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대한항공 진상헌(왼쪽)과 현대캐피탈 문성민 /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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