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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78. 국내산 명태를 기다리며

입력 : 2017-02-01 04:45:00 수정 : 2017-01-31 18: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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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설 차례상을 보면서 신토불이 제수음식이 조금씩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사나 차례상만은 값이 좀 비싸도 국내산으로 장만하려 하지만 물가가 오르고 중국산을 비롯하여 수입산이 주변에 많아 가격 면에서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중 제사나 차례상에 필수적으로 오르는 북어는 오래 전부터 국내산이 아니었다. 근해에서는 명태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명태는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먹는 생선 중 하나다. 특히 겨울철 얼큰한 동태탕은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다. 명태는 과거 동해안 북부에서 많이 잡혔다. 특히 북한에서는 넘치게 잡히는 생선이 명태였다. 식량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북한에서 명태만큼은 풍족하게 배급이 되었을 정도였다. 기록에 따르면 1940년대 한 해 명태의 소비량이 2억1000만 마리였다고 하는데 그때 인구가 2200만 명임을 감안할 때 한사람이 열 마리 먹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정도로 우리 민족은 명태를 즐겨먹었다.

명태는 1981년 이후로 어획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명태의 회유코스인 러시아, 일본, 북한 연안에서 대부분 잡아버려 남쪽인 우리 근해까지 내려오는 명태가 줄더니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까지 가서 잡아온 것이다.

정부는 사라진 명태를 다시 근해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했다. 지난 2009년 말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는 종묘생산이 가능한 2㎏ 이상 살아있는 명태에 20만원의 사례금을 걸었고 , 2014년에는 해수부에서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라는 포스터를 걸고 50만원의 사례금을 걸었었다. 그 결과 2015년 12월 자연산 명태를 인공 수정하여 20㎝ 크기로 성장한 어린 명태 1만5000 마리를 방류할 수 있었고 지난해 동해에서 명태 67마리를 채집해 분석한 결과 이 중 2마리의 유전정보가 방류한 인공 1세대 명태와 일치했다고 한다. 방류한 어린 명태가 동해에 무사히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애타게 기다리던 국민 생선 명태가 처음에는 이름이 없었다. 고려 시대에 강원도에서는 명태를 북방 바다에서 온 고기란 뜻에서 북어(北魚)라 불렀지만 정식 이름은 아니었다.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명태는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승정원일기’에 의하면 효종 3년(1652)의 기록에 명태라는 이름이 보이는데, 그때까지 명태는 무명(無名)의 물고기라 먹어서는 안 된다는 미신 때문에 잡지도 먹지도 않았다고 한다.

“명천(明川)에 태(太)가라는 성을 지닌 어부가 잡은 생선을 도백에게 바치니 도백이 맛있게 먹고는 생선의 이름을 물으니 아는 이가 없었다. 이에 도백이 어부의 성을 따서 명태(明太)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는 ‘임하필기 林下筆記’에 나오는 명태의 유래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렇게 이름 붙여진 명태는 17세기 중반에 명태잡이가 본격화되면서 주변국에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러시아 ‘민타이(минтай)’, 중국 ‘밍타이(明太)’, 일본의 명란젓 ‘멘타이코(明太子)’도 모두 우리의 명태에서 나온 말이다.

국민의 사랑을 받은 명태의 이름은 하나가 아니다. 말리는 방법과 계절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잡자마자 얼린 동태, 반쯤 말린 코다리, 바짝 말린 것은 북어나 황태, 봄에 잡은 춘태, 가을에 잡은 추태, 어린 명태를 말린 노가리 등등 아주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어느 생선이 이토록 많은 이름을 가졌는가. 아마도 무명시절을 너무 오래 겪은 것이 한이 맺혀 그런 것이 아닐까한다.

명태는 강원도 덕장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 황태가 되어 맛이 좋아진다. 그런데 겨울날씨가 포근해지면서 어는 시간이 충분치 않은 황태가 나오는데 껍질이 거무스름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먹태는 바싹 얼지 않아 살결이 촉촉하고 부드러워 요즘 맥주안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게다가 해장용으로 널리 애용하는 북어국은 놀라운 해독작용까지 있다. 이래저래 명태와 직장인은 친근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염원을 담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는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비록 미미하지만 “앞으로 동해안 명태자원 회복을 위한 방류사업을 계속 진행해 하루빨리 식탁에 우리 바다에서 잡은 명태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해수부의 말처럼 명태가 근해에서 많이 잡혀 당당히 국내산으로 차례상에 오르는 날이 멀지않을 것이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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