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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반성문④] 태극마크에도 당근이 필요하다

입력 : 2017-03-14 06:30:00 수정 : 2017-03-14 09: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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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 공원에서 말다툼 중이던 남녀 주인공은 어디선가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돌연 다툼을 멈추고 기계적으로 가슴에 손을 얹는다.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은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보여준다. 과거 우리는 애국과 충성을 국민이 갖추어야할 ‘당연한’ 덕목이자 가치로 여겼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국가주의적 발상은 말 그대로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덩달아 애국심도 조금씩 힘을 잃어갔다. 이제는 그 누구도 국가를 위한 일방적인 희생을 ‘의무’로 여기지 않는다.

한국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쏟아지는 질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책임감’ 부재를 꼬집는 부분이다. 특히 고액 연봉자들에게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어느새 ‘배부른 돼지’가 됐다는 부정적 목소리가 들끓었다. 태극마크의 무게감도, 간절함도 이번 대표팀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분명 실망스러운 부분은 있었다. 확실히 이번 대표팀은 예년에 비해 똘똘 뭉친 느낌은 부족했다. 정신적으로 해이해진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전지훈련 도중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난데없는 거수경례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일부 일정하면서도 “무턱대고 태극마크를 강요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뛰는가.’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명예 등 추상적인 것 외에 실질적으로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어떤 것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공식 수당이 있다. 일당 30만원이다. 그나마도 이전(일당 8만원)에 비해 많이 오른 액수지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인다. 상금, FA 등록일수를 보상해주는 혜택도 있지만, ‘병역혜택’ 등이 걸려 있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아가 결과에 연연하기 이전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선수들에겐 몸이 곧 재산이다.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손해가 막심하다. 비시즌 동안, 그것도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에 컨디션을 100% 끌어올려 전력을 다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제도적 뒷받침도 없이 태극마크의 의무감만을 강요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볼만하다. 일본야구기구(NPB)는 2013년 WBC 이후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성인대표팀은 물론 연령대별, 여자, 사회인 대표팀을 통합 관리한다. 넉넉한 지원은 물론, 각종 국가대항전을 통해 더 큰 무대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대표팀은 돈과 명예를 거머쥐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모두에게 심어준 셈이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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