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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엄정화-박보영, TV로 간 이유

입력 : 2017-03-14 13:16:11 수정 : 2017-03-14 13: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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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타로 인식되던 두 여배우가 안방극장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의 엄정화, 그리고 JTBC ‘힘 쎈 여자 도봉순’의 박보영이다.

동시간대 KBS2 ‘아버지가 이상해’에 밀리곤 있지만 ‘당신은 너무합니다’ 역시 2위 주자로선 맹활약 중이다. 12일 방송분은 12.9%(AGB 닐슨) 시청률을 기록, 전 회보다 소폭 상승했다. 선두주자가 확정되고 나면 2위 주자는 곤두박질쳤던 선례들과 다르다. 거기다 주말의 상징인 가족드라마로서 ‘아버지가 이상해’가 역할하고 있는 반면,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여기서 비껴나간 트렌디 드라마 변형이다. 이 정도면 안티 트렌드 콘셉트로서 선전이다.

한편 ‘힘 쎈 여자 도봉순’은 더 반응이 격렬하다. 11일 방송된 6회에서 8.7% 시청률을 기록, 역대 JTBC 드라마 최고시청률(‘무자식 상팔자’ 9.2%)까지 넘보고 있다. 여기에 주연 박보영은 14일 TV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3월 둘째 주 드라마부문 TV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청률 차원에선 3배에 이르는 SBS ‘피고인’의 지성을 2위로 밀어낸 결과다.

일반적으로 영화스타로서 인식되는 배우들의 안방극장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늘 스타성 제고의 도구로서만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마디로, 영화계에서 티켓파워가 떨어져 입지가 위태로울 즈음 TV드라마로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힘을 얻으면 그 반동으로 다시 영화계로 돌아가고, 고만고만하면 그렇게 TV에 안착한다. 엄정화와 박보영도 이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엄정화는 영화 ‘관능의 법칙’과 ‘미쓰 와이프’가 실패한 뒤 휴식기를 거쳐 드라마로 돌아왔고, 박보영도 영화 ‘피끓는 청춘’부터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까지 죽 실패를 거두자 TV드라마를 계속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전략은 근래 미국 대중문화시장 분위기와는 크게 다르다. 대표적 예가 HBO 드라마 시리즈 ‘트루 디텍티브’다. 시즌1에선 당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던 영화스타 매튜 맥커너히가 주연을 맡았고, 시즌2에서도 레이첼 맥애덤스 등 잘 나가는 영화스타들이 출연을 감행했다. 올해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니콜 키드먼도 HBO의 ‘빅 리틀 라이즈’에 출연했고, 나탈리 포트먼도 TV 미니시리즈 출연계획을 잡았다.

이들이 89한국 배우들과 다른 점이 있다. 미국에선 TV가 화제성은 물론 예술적 완성도 측면에서도 영화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상 사이트 어워즈데일리 운영자 사샤 스톤도 이미 수년 전 “지금 가장 흥미로운 영상매체는 TV드라마”라면서 “보다 깊고 다양한 주제를 훨씬 자유롭게 펼쳐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니 영화스타들이 TV를 넘나드는 것도 ‘귤욕’이 되지 않고, 오히려 천편일률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함몰됐던 자기 숨은 개성과 연기력을 실험하는 장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커리어 상 훨씬 적은 부담으로.

한국은 이와 상황이 다르다. 아니, ‘달랐다’. 상업적 위상은 물론이고 예술적 평가에 있어서도 항상 우위는 영화가 차지해왔다. 그러니 TV드라마는 여기서 ‘밀려난’ 이들이 자리 잡는 2등 매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대중적 인지도와 호응도를 얻어 영화로 진출하거나, 잃었던 그것을 회복해 영화로 돌아가기 위한 ‘2군 기지’ 역할을 했다.

그런데 한국도 조금씩 상황이 바뀌어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단 TV드라마가 한류의 첨병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TV드라마에서 인정받고 또 이를 중심으로 활동해야 비로소 한류스타로서 자리매김하고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젊은 배우들 중 굳이 영화로 진출하려 노력하지 않고 TV에 머무르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영화는 아직 각종 대중문화 장르들 중 한류확산 측면에서 하위주자다. 또한 퀄리티 차원에서도 영화를 압도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tvN 등 케이블채널을 중심으로 기존 TV드라마 형식에 대대적 이노베이션이 이뤄진 덕택이다. 지난 1년여 간 인상 깊었던 영상물로 1000만 영화보다도 ‘응답하라 1988’ ‘또 오해영’ ‘도깨비’ 등등을 꼽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별로 ‘꿀리지가’ 않고, 오히려 조금씩 압도해나간단 인상이다.

이제 기존 영화스타들도 서서히 바뀌어가는 분위기에 준비를 해두는 게 좋단 얘기다. 기존 위상과 역할만 믿고 영화를 고집하는 건 조금씩 시대착오적 커리어 관리가 돼가고 있다. TV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대형 인터넷 콘텐츠 배급업체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시기에, 영화와 TV드라마의 경계는 서서히 무너지고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아니 엔터테인먼트 업계야말로, 시대변화를 먼저 포착하는 쪽만이 궁극적 승자로 남을 수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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