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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이정협·허용준 ‘피해자’ 만든 슈틸리케 감독

입력 : 2017-03-26 05:30:00 수정 : 2017-03-25 22: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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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1. 2016년 8월 프로야구 두산의 에이스 투수 니퍼트가 담 증세로 등에 통증이 발생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곧바로 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부상 부위를 살폈다. 서둘러 마운드에 올리는 법은 없었다. 그리고 복귀 전에는 불펜 투구로 회복 상태와 구위 점검을 모두 마친 뒤에야 1군으로 복귀시켰다. 니퍼트는 2016시즌 다승(22승) 방어율(2.95) 등 투수부문 3관왕, 정규리그 MVP, 골든글러브를 휩쓸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2. ‘역대급 신인’ 이종현이 프로농구 모비스에 입단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팀에 입단한 이종현을 두고 “뛸 수 없는 상태”라고 못박고, 3개월가량 재활과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시즌 중반이 지나서야 프로데뷔전을 치른 이종현은 비록 규정 경기 수를 채우지 못하며 신인왕 후보에서 제외됐지만, 경기당 평균 블록슛 2.05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전체 2위, 국내 선수 1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우수 수비상 수상도 유력하다. 이종현의 가세로 모비스는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니퍼트와 이종현을 두고 “투입 시기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선수가 부담을 느끼면, 복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는 두 감독뿐만 아니라 모든 팀 스포츠 감독이 고민하는 사안이다. 동료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경기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부진하면 팀 전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또한 복귀 또는 데뷔 무대가 최악의 기억으로 남는다면 해당 선수는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 투입 시기와 방법을 신중하게 고민해야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한국 축구를 이끄는 슈틸리케 감독은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3월 A매치 일정을 앞두고 축구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논란의 여지를 남긴 것은 이정협(부산)과 허용준(전남)이었다. 이정협은 긴 부진에서 벗어나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3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허용준은 U-20 대표팀 출신으로 소속팀 전남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무궁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충분히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월드컵 최종예선이라는 큰 무대에서는 검증이 필요했다. 이정협의 경우 챌린지에서 3경기 연속을 터트렸지만, 지난 시즌 클래식에서 울산 소속으로 30경기 4골에 그쳤다. 클래식과 챌린지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면, 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에서 검증 작업을 거쳐야 했다. 3월 일정의 경우 이전에 평가전이 없었다면, 다음 평가전까지 기다렸다가 점검을 한 후 선발해도 늦지 않았다. 클래식에서 연일 골을 터트리며 펄펄 날고 있는 이근호(강원) 양동현(포항)이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굳이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을 선발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선발 기준이 ‘절정의 경기력’이 아니라 ‘내가 발굴한 선수’로 세웠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대체 발탁 황의조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지동원의 공백으로 측면 자원이 부족하다. 손흥민(토트넘)이 가세하지만, 남태희(레퀴야) 허용준이 측면 가용 자원의 전부이다. 손흥민-남태희 선발 후 허용준 교체 투입이라는 뻔한 전술을 다시 활용할 수 없지 않은가.

허용준의 선발 역시 의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오랫동안 지켜본 선수라고 하지만 A매치, 그것도 절체절명의 승부를 펼쳐야하는 중국 원정에 그를 투입했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모험은 성공하면 흔히 ‘대박’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이 리스크에 대한 플랜B도 없는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허용준을 조커로 투입했다. 효과는 제로였다. 측면에서도 역시 염기훈(수원), 심동운(포항), 김호남(제주) 등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이들은 외면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두 선수에게도 치명적이다. 챌린지에서 새 출발을 알린 이정협에게는 소속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더 지켜봐야 했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이적하면, 적응을 이유로 배려하면서 왜 굳이 이정협에게는 그런 배려를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허용준 역시 그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면 다음 평가전까지 기다려야 했다. 중국전과 같은 부담감이 큰 경기에 A매치 경험이 전무한 선수가 발을 내디뎌 얼마나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까 슈틸리케 감독은 자문했어야 했다. 두 선수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 마음에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뒤 투입했다면 두 선수와 팀에 윈윈효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이정협과 허용준은 앞으로 부담감 속에 소속팀 경기에 나서야 한다. ‘국가대표라는 선수가….’라는 시선 속에 그라운드에 서야한다. 이들도 엄밀히 말해 슈틸리케 감독의 독선에 의한 피해자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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