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 KIA전에 앞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전날(10일)인 월요일, 주요 선수들이 자진해서 야구장에 출근해 배팅훈련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김태형 감독은 눈이 동그래지면서 순간 입을 닫았다. 두산은 4연패 중이었고 팀 상황이 그리 좋을 리 없지만, 김태형 감독은 이럴수록 좀 더 편하게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사령탑이다. 선수들의 그런 열정이 더 마뜩지 않다. 김 감독은 “그렇게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 이럴 때는 사람들도 좀 만나고 술도 한 잔하고 그런 게 더 낫다”며 “그렇게 해서 잘하면 다 4할 치지, 정신이 맑아져야지”라고 툭 던졌다. 안 풀릴 땐 차라리 푹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런데 선수들은 또 다르다. 이들에게 휴식일은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날이 아니다. 오히려 가볍게 배팅을 하면서 몸을 풀어주는 게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병헌의 경우, 매주 월요일 꼬박꼬박 잠실구장을 찾는 단골멤버다. 이날 민병헌은 “어제 가볍게 300개만 쳤다. 이제 좀 감이 온다”고 스윙자세를 취하며 웃었다. 김재환도 “그냥 쉬면 마음이 불편하다. 사실 지금까지 쉰 적이 없다. 쉬면 더 힘들더라”며 “최소 1시간이라도 움직이면 일주일 내내 몸이 더 가볍다”고 말했다.
사령탑과 선수는 처한 위치도, 마음도 다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령탑이야 경험으로 휴식을 추천할 수 있지만,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차라리 야구장으로 나와 땀을 흘리는 게 이들에게는 마음이 편하다.
더욱이 월요일 훈련은 100% 자율이다. 선배들이 나온다고 해서 후배들에게 절대로 강요하는 법은 없다. 철저하게 휴식일 일정은 침범하지 않는 게 두산 선수단의 현 문화다. 감독은 쉬라고 하는데, 선수들은 쉬지 않는다. 강한 팀은 분명 이유가 있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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