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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보이스' 마진원 작가 "'위로 받았다'는 유족의 말에 가장 감동"

입력 : 2017-04-24 07:00:00 수정 : 2017-04-23 21: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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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드라마는 작가가 출연 배우, 시청자와 교감을 나누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집필 과정은 그 어떤 직업보다 고독하고 치열하다.

OCN ‘보이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장르물의 새 역사를 썼다’는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매회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채널의 주요 타겟인 2549 타깃 시청률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장르물의 본가 OCN의 자존심을 제대로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마진원 작가는 ‘보이스’를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작품이 끝나고 난 뒤의 인터뷰. 아마도 작가가 드라마 팬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필리핀 세부 포상휴가는 잘 다녀왔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이하나, 손은서, 김재욱, 백성현 씨가 참 착하다. 배려심도 깊고. 휴가 내내 제작진 포함 큰 소리 한 번 없이 끝났다.”(장혁은 스케줄상 포상휴가에 참석하지 못함)

-이번 포상휴가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좋았지만 한 명을 꼽자면 막내인 백성현. 참 괜찮은 사람이자 배우더라. 심대식 역이 모든 배우와 스태프를 자신이 챙긴다. 이동할 때도, 누가 야외 화장실을 가도, 술 한 잔을 해도 소외받는 사람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휴가의 마스코트였다.”

-휴가까지 기사화 될 정도로 ‘보이스’ 시청률 대박이 났다.

“얼떨떨하다. 저는 1.5%, 김홍선 감독님은 2%만 나와도 대박이라며 너무 욕심내지 말자고 이야기 했었다. 열연을 펼친 배우분들, 스태프분들, 힘을 실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감사하다.”

-이야기가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하다.

“우선 112센터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아직 한국에서 한 번도 다룬적 없는 이야기이지 않나. 그리고 오원춘 사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다.”

-드라마를 쓰고 뿌듯한 순간도 있었을텐데.

“한 번은 MBC ‘PD수첩’에서 전화가 왔다.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취재를 하는데 그 중 한꼭지가 오원춘 사건이었다. 그러면서 작가님이 ‘당시 사건 피해자의 남동생이 ‘보이스’를 보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하셨다’더라. 그 말을 듣고 저 역시 굉장한 위안을 얻었다. ‘보이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조광천 역은 일부러 오원춘과 생김새가 비슷한 배우를 캐스팅했다. 하이리스크였지만 진짜 벌어진 사건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썼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 사실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를 다시 아프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극중 경찰청장이 잡혀가고 살인마가 벌을 받았다는 전개 자체가 그 유족들의 상처를 보듬어 줬다고 하셨다더라.”

-오히려 위로받은 순간이겠다.

“가장 보람차고 감동을 받은 순간이었다. 드라마를 쓰면서 댓글을 보고 상처받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우리 드라마가 잔혹한 그림이 나오지 않나. 기획 때부터 레어함을 주장하고 19금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남동생분이 드라마 잘봤다고 하는 말에 저의 모든 마음이 풀어지더라. 또 ‘PD수첩’ 작가님이 보내준 장문의 문자, 통화, 취재를 오신 분들의 표정을 보고 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모두 여자분들이었는데 모두 여성 타켓 범죄에 대해 가슴 아파하더라. 여성이 약자라 희생양이 되는 범죄들이 많다. 취재를 해보니 여성, 아이, 동물, 남들보다 무엇인가를 못가지고 있는 남성이 희생이 되더라. 약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거다. 그래서 제 에피소드에도 여성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케이블이라 가능한 표현들도 많았다.

“OCN이 무비드라마를 지향한다. 때문에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를 파괴하는 작품을 재밌어한다. ‘보이스’ 뿐만아니라 ‘나쁜 녀석들’ ‘텐’ 같은 컬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저도 이번에 영화를 쓴다고 생각하고 ‘이런 수위는 드라마에서 보지 못할 것이다’ 싶은 표현의 강도까지 가봤다. 저희 같은 크리에이터들은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돌직구를 던졌는데 흔쾌히 받아준 채널과 시청자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 덕분에 초심을 지키며 글을 쓸 수 있었다.”

-초심은 무엇인가.

“골든타임이다. 범죄현장에서 골든타임을 지킨다면 희생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그런데 이것 하나만으로 글을 쓸 순 없으니 남녀 주인공의 삶에도 골든타임을 끌고 왔다. 무진혁(장혁)의 아내, 강권주(이하나)의 아버지는 삶의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해 상처로 남은 인물이다. 모태구의 아버지도 아들을 사회와 격리 시키는 골든타임을 놓쳐서 사이코패스로 만든 거고. 이런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의 메시지인 골든타임을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배우의 열연이 빛났다. 특히 장혁은 드라마의 중심을 제대로 잡았다.

“장혁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다려줬다. 누구를 구하는 이야기가 좋았다더라. 현장에서 본 그는 정말 너무 너무 열심히 하는 배우다. 사석에서 보면 또 엄청난 아우라가 있다. 어디서든 장혁 배우가 있으면 중심을 딱 잡는 느낌이 있다. 프로다. 캐릭터 분석도 작가만큼 한다. 성실하고 노력파다.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7kg이 빠졌더라. 내공도 대단하다. 드라마 촬영은 거의 생방송 같은 촬영이지 않나. 후반부에 긴급한 현장 사정을 알기 때문에 작가는 무리한 지문을 쓰기가 어렵다. 한 번은 ‘물에 들어가서 시체를 찾는다’는 지문을 쓰고 싶은데 차마 쓰지 못하고 현장으로 보냈다. 그런데 장혁 씨가 대본을 읽고 현장에서 스스로 그 추운 강물에 들어가서 제가 생각한 연기를 해냈더라. 정말 고마웠다.”

-이하나도 보통의 장르물과 다르게 여성 캐릭터의 역할을 빛나게 만들었다.

“모두에게 별 다섯개를 드려야하는 상황이다. 이하나 씨도 우리에게 최고의 선택이었다. 귀가 잘 들리는 초능력이 어색하지 않은 인물이 필요했는데 하나 씨는 그 설정이 어색하지 않게 흡수되는 배우다. 고문을 맡아주신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님도 추천을 하신 배우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 자체가 기본적으로 예민해야한다. 그리고 외향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그 인상에 가까운 배우가 하나 씨다. 장혁 씨가 ‘자기가 돌을 던질때 어떻게 받을지 모르는 배우다. 그래서 너무 재밌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감독과 제 생각도 그랬다. 나중에는 강권주처럼 걸크러쉬적인 매력도 발산되더라. 포상휴가에서도 리더십이 폭발했다(웃음). 동생들도 다 챙기고. 한 번은 저한테 ‘우리 작가님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라고 하는데 기분이 좋더라. 작가가 외롭고 힘들고 혼자 있을 수 밖에 없는 특성을 알고서 해준 말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강권주가 하나 씨 같고, 하나 씨가 강권주 같더라.”

-싸이코패스 역으로 재조명 받은 김재욱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모태구는 참 외로운 역이었다. 혼자 있어야하는 장면도 많고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신도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난 경우다. 순발력이 있는 배우다. 김재욱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계산으로 하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몰입을 해서 연기를 한다. 15-16부는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없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나다.”

-엔딩에 대한 화제성도 엄청났다. 시즌2도 나오나.

“시즌제 가능성은 있다. 에피소드에 따라 수도 없이 나갈 수 있는 포맷이다. 우리나라도 미드인 ‘CSI’ ‘크리미널 마인드’처럼 시즌제 범죄 드라마가 생길 때가 됐다(웃음). 앞으로 글을 쓰더라도 수위를 낮추지 않고 계속 초강력 사건 위주로 진행하려 한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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