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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1 04:40:00, 수정 2017-05-01 04:40:00

[차길진과 세상만사] 101. 좋은 정치를 기대한다.

  • 대선 후보들의 토론은 누구에게 국가를 맡겨도 좋은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다. 후보들의 철학과 국가관을 통해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짐작할 수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 앉았다. 하지만 토론을 보고 있노라면 진정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준비된 사람인지, 그리고 국가경영의 자질이 있는지가 의심이 간다. 정책 토론보다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집중 추궁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수천 년 전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국방력을 충분하게 하고(足兵), 백성이 신뢰할 수(民信之矣) 있게 하는 것이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만일 부득이하게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버린다면 어느 것이 먼저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군을 버려야 한다.” 자공이 또 물었다. “만일 부득이하게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버린다면 어느 것이 먼저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식량을 버려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은 죽기 마련인데, 만일 백성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정부는 유지될 수 없다.”

    맹자는 정치에 대해 “정치가 깨끗하면 도덕이 높지 못한 사람도 도덕이 높은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게 하고, 어질고 현명하지 못한 사람도 어질고 현명한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게 한다. 그러나 정치가 깨끗하지 못하면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부려 먹는다. 모두가 정치에 달려있다. 좋은 정치를 만나면 생존하고 나쁜 정치를 만나면 멸망한다”고 했다.

    이처럼 정치는 인간 사회를 굴리는 유용한 수단이면서도 필요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군주는 정치를 한다고 말할 수가 없다. 만약 이번 대선 후보자들에게 “정치가 무엇이냐”고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세월이 지나도 정치의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우선하는 순서는 다를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와 사드 배치 등 한반도 위기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안보문제는 국민들의 큰 관심분야이니 말이다.

    오래 전 인의(仁義)정치가 정치의 기본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옳고 그름은 나중이고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중심의 세계는 공자가 말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아니다. 우방은 우방이고 이익은 이익인 것이다. 그래서 힘없고 고상한 성인(聖人)은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오래 전 한 일본 오토바이 회사의 일이다. 노사 간에 분쟁이 일어나고 회사가 양보를 하였으나 노조가 결국 파업을 일으켰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불법을 저지른 노조 간부 몇 명을 해고했다. 이에 노조는 부당해고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3년의 시간이 지난 후 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주었다. 패소한 회사는 항소하지 않았다. 항소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사장은 ‘회사가 법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 후 노조는 법을 준수하며 회사와 협상해 나갔다고 한다.

    법가(法家)인 한비자는 정치에 있어서 인의와 도덕을 믿지 않았던 사람이다. 인간의 본성은 선(善)하지 않다고 보았고 이욕(利慾)에 따라 움직인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욕(私慾)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이 법이라고 했다. 법이 지켜져야 정치도 그 뜻을 펼칠 수 있다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옛날 공자의 말이 지금도 통용되는 것은 그것이 정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라도 무너지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보았다. 지난 26일 새벽 미국이 성주에 사드배치를 전격적으로 마치더니 비용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니 힘 있는 자가 약속도 무시하고 함부로 행동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영화 ‘동막골’의 촌장은 마을사람들의 얼굴이 밝은 이유에 대해 “뭘 많이 먹이면 된다”고 했다. 마을사람들이 행복해 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근심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경제(足食), 안보(足兵), 신뢰(民信之矣) 어느 것 하나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니 맹자가 말하는 좋은 정치는 아니다. 5월 9일 국민의 선택을 받은 19대 대통령은 국민의 근심을 덜어주는 좋은 정치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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