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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0 04:40:00, 수정 2017-05-10 04:40:00

[차길진과 세상만사] 103. 또 다른 마을을 찾아 떠나다

  • 성경에 보면 에녹의 아들 므두셀라가 969세로 장수하고 죽었다고 기술되어 있다.(창세기 5:27) 인간이 과연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을까. 인간의 수명이 그렇게 길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직접 확인한 사람이 없으니 어찌 알겠는가. 중국의 진시황이 사람을 풀어 불로초(不老草)를 구해보려 했지만 허사로 돌아갔고, 북한의 김일성도 젊은 여자를 가까이 두고 회춘을 시도했지만 정해진 운명만큼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인간 세계의 역사를 100만 년이라고 과학자들이 말하고 있는 그 시간성에 비해 인간의 수명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촌음(寸陰)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은 사후세계로 눈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일본에 있을 때의 일이다. “저와 ‘죽음의 여행’ 좀 다녀오실래요?” 나와 친분이 두터운 일본어과 여교수 K씨의 말에 깜짝 놀랐다. “‘죽음의 여행’이라니요? 같이 죽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런 게 아니구요. 제 친구를 위한 여행이에요.” K교수에겐 일본 유학 시절 명문여대를 같이 다닌 대학 동기가 있었다. 그녀보다 어리지만 일본 명문대 교수로 있는 여류명사였다. 그런데 얼마 전 암이 전이돼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친구가 마지막으로 해돋이 여행을 가고 싶어 해요. 부디 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 말을 들으니 거절하기 힘들었다. K교수와의 친분도 있었지만 젊은 나이에 죽음의 여행을 선택한 일본인 여교수가 안타까웠다.

    일본 동해안 최고의 해돋이 명소를 향해 떠났고,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우리 모두의 기도는 하나였다. 부디 일본인 여교수가 고통 없이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길 소원했다. 얼마 후 일본인 여교수는 잠자듯이 평온하게 삶을 마감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보면 “죽는 것은 잠을 자는 것으로 잠을 자면 꿈을 꾸듯이 그 꿈 속에서 어떠한 꿈을 볼 것인가 하는 것이 다만 우리를 주저하게 만들뿐이다”라고 했다. 즉 꿈을 꾼다는 것은 미래 세계의 상황을 보는 것으로 그 미래가 다만 공포의 개념이라고 말한 것이다. 반면에 “죽음이란 현자(賢者)의 눈에는 공포로 여겨지지 않으며 경건한 사람의 눈에는 종말로 비치지 않는다”고 독일의 문호 괴테가 말했다. 이는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이후의 세계를 알지 못한다. 죽었다 살아 돌아 온 사람이 없으니 어찌 그 세계를 알 수 있겠는가. 간혹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얘기를 전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분뿐이다. 이에 대해 종교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후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어떤 길을 걷게 되는지 상세히 밝히고 있다.

    불가에서는 지옥의 일을 관장하는 10명의 왕들이 있어 죽은 자가 저승에서 열 명의 왕을 거치면서 생전에 행한 업에 대해서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선업(善業)을 닦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심판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이 명부전(冥府殿)에서 재를 지내는 것도 지장보살의 자비를 빌려 시왕(十王)의 인도 아래 저승의 길을 벗어나 좋은 곳에서 태어나고자 하는 데 있다.

    만해 한용운은 이런 시왕신앙이 불교 고유의 신앙은 아니라했다. 그는 시왕신앙을 칠성과 산신에 대한 신앙과 마찬가지로 저급한 불교문화의 한 형태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우리 불교는 신라시대 때부터 민속신앙과 한데 어우러져 발전했고 지금도 하나의 불교문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학로에 색다른 공연이 준비 중이다. 뮤지컬 ‘신과 함께’가 그것이다. 이미 웹툰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무대와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종교를 떠나 많은 상상력과 재미를 가미한 사후세계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할 것이다. ‘죽는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뮤지컬 포스터에 적혀 있는 말처럼 저승으로 가는 것은 또 다른 마을을 찾아 영계를 여행할 뿐임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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