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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WC 특집] '신(神)이라 불리는 남자' 신(申)태용, 달력 6장 찢고 품은 독기

입력 : 2017-05-18 05:30:00 수정 : 2017-05-18 09: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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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실패하면 욕 뒈지게 먹고 바닥 치는 거지. 성공하면? 주가 폭등이다.”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의 한 마디에는 두려움도 거침도 없었다. 뻔한 이야기였지만, 결코 평범하진 않았다. 장난기 섞인 한마디에 자신감과 비장함이 모두 녹아있었다.

신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오는 20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기니(아프리카)와의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이자 대회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세계 무대를 향한 도전을 시작한다. 신 감독은 “1차 목표는 2승1무,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선수들이 100% 이상 잘 준비해주고 있다. 16강에만 순조롭게 올라가 준다면,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지켜봐달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 신 감독은 지난해 12월 ‘악수(惡手)’와 악수(握手)했다. 본선 무대를 약 6개월 앞둔 상황에서 U-20 대표팀 감독직을 맡았다. 지난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갑자기 사령탑에 올라 8강 진출을 이끌었던 그는 U-20 월드컵에서도 본선을 6개월 앞두고 다시 한 번 소방수로 나섰다. 보통 1년 전부터 준비해도 모자란 시간이지만, 신 감독을 대한축구협회의 구조요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올림픽 때처럼 겸임 지도자가 아니었다. 2018년까지 보장받은 성인(A) 대표팀 코치직을 그만둬야 했다.

대학생 축구선수 아들을 둔 아버지 신 감독은 당장 백수 신세가 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스포츠월드와 인터뷰에 나섰던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아내 눈치보고 살아야 한다”고 껄껄 웃으면서도 “그만큼 비장한 마음이다. 이번 대회에 내 축구인생 전부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죽기살기로 덤빌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태용스러운 행보였다. 사실 신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영리한 플레이로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렸다. 하지만 영화 명대서처럼 ‘곰 같은 여우’였다.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해 열렸던 2016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신 감독은 우승을 코앞에 역전패했다. 앞선 상황에서 공격 축구를 감행한 결과였다. 그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신 감독은 “그 결승전 이후로 댓글 안본다”고 껄껄 웃으면서도 “아쉬움은 있지만, 공격 축구에 대한 철학은 바꿀 마음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 감독은 이번 올림픽 대표팀에서 간결하고 세밀한 패스 플레이로 공격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솔직히 승패를 떠나서 A대표팀 경기보다 재미있다. 스피디하고 간결하다”며 “뛰는 선수를 봐라. 선수가 즐거워한다. 이것이 축구”라고 평가했다. 영리한 우직함이 만든 결과였다.

2017년을 시작하면서 신 감독은 7월부터 12월까지 달력을 찢어버렸다. 월드컵이 막을 내리는 6월11일까지가 신 감독에겐 2017년의 전부라는 의지였다. 독기를 품은 ‘곰 같은 여우’ 신(申) 감독이 한국 축구의 ‘신(神)’이 될 수 일을 지 궁금해진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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