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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위크엔드스토리] '서울 저니맨' 최익성, 한국 야구에 '2번째 기회'를 고한다

입력 : 2017-05-19 06:00:00 수정 : 2017-05-18 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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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지은 기자] “가장 어두운 곳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서울 저니맨. 최익성(45) 대표가 이끄는 저니맨 외인구단의 새 이름이다. 지난 15일 서울을 연고지로 확정한 뒤 서울시야구협회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독립리그를 꾸려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홈구장이 없어 매번 야구장을 빌려쓰고, 미니버스도 없어 승합차 두 대로 원정길에 오른다.

“왜 제 욕심으로 후배들을 죽이느냐”는 날선 비난에도 최 대표는 그저 웃었다. 신고 선수로 프로에 간신히 입단해 방출만 7번을 당하며 그야말로 ‘저니맨’ 인생을 살아온 터. “나는 평생을 편견에 시달렸던 사람이다. 가장 가진 게 없는 사람이 가장 어두운 곳을 바라봐야 하지 않겠나. 내가 이 길을 걸게 될 줄은 몰랐지만, 내 앞에 새로 펼쳐진 길을 피하진 않겠다”는 최 대표의 어조에는 힘이 실렸다.

◆한국 야구 지형도, 눈사람 구조

최 대표는 한국 야구를 ‘눈사람 구조’라고 정의했다. 몸통인 아마추어 야구는 방대한 데 비해 머리인 프로야구는 너무 작다는 것. 그 중간에 쑥 들어간 부분이 붕괴된 독립리그를 반영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지 않나. 모두 서울대에 가라고 배우지만 실제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극소수일 뿐이다”라는 최 대표는 “야구도 마찬가지다. 10여년을 야구만 해오던 아이들 중 90%는 프로가 되지 못하고 잘려나간다. 20대들의 인생이 여기서 허무하게 끝나는 게 너무 아깝다”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독립야구의 가치는 말그대로 ‘독립’에서 비롯된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프로는 독립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때 위에서 시키는대로만 하면서 독립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기회를 잃게 됐다”며 “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프로로 가는 줄 알았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우리와 경기를 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저런 선수들도 갔다 나오는구나’라며 현실을 깨닫는 것이다. 이것 역시 꼭 필요한 교육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상현과 유창식, 왜 뽑았냐고?

서울 저니맨의 모토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이다. 최 대표가 “김상현과 유창식을 위해서라도 독립구단은 존재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최 대표는 이들의 실수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여러 연예인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한 때 음주운전, 도박, 마약 등의 이유로 자숙의 기간을 가졌지만 지금은 활발히 활동을 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들이었다. “운동 선수들은 죗값을 치르더라도 두 번째 기회가 없다. 젊은 시절 한 번의 실수로 인생이 끝난다는 건 인간으로서는 너무 가혹하지 않나”라고 평했다.

물론 그들의 범법행위 자체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최 대표도 “단순히 계속 야구만 붙잡으면서 기회를 얻으라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김상현과 유창식은 법정도 출석하면서 KBO의 징계를 소화하고 있다. 저니맨 결연 초등학교에서도 야구 교습을 통해 따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 상태다. “팀을 만들기 전부터 실수한 후배들을 안고 가겠다고 생각했다”라던 최 대표는 “자신들이 제일 잘하는 게 그라운드 안에 있다. 죄를 지었으면 욕도 먹을 수 있지만, 결국 마지막은 남이 아닌 본인이 선택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더이상 ‘내로남불’은 안 된다

이 대목에서 ‘스포츠 정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야구의 페어플레이 기준이 소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잣대를 애매하게 해놓고 사안이 발생하면 지극히 여론적으로 판단한다. 어떤 게 진짜 페어플레이인지 제대로 정립하지도 않고 방치해뒀다가 애들이 하나 실수하면 그때서야 스포츠 정신을 들먹인다”라며 “선수들은 어디서 그런 걸 배웠겠나. 결국 위에서 다 관행처럼 내려온 것이다. 이제는 그런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렸으니, 정확한 규칙을 만들고 재생 프로그램도 함께 시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입에서는 ‘조시 해밀턴’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1999년 5툴 플레이어로 주목 받으며 리그 전체 1순위로 프로에 데뷔했지만, 범죄조직과 어울리며 마약과 술에 찌들어 결국 2004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선수 자격 정지를 당한다. 하지만 2007년 텍사스에서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8년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며 재기에 성공했다. 최대표는 오히려 이 과정에서 새 인생을 살기위한 그의 노력이 재조명됐다는 데 주목했다.

“스포츠 정신이라면 전세계가 공유하는 것 아닌가. 미국을 봐라. 실패를 극복한 사람이 성숙해져서 돌아온다면 더 스토리가 된다. 후배들이 반면교사 할 수 있다면 한국 야구는 더 맑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죽여서 우리 야구가 얻는 게 무엇인가. 오히려 구단에서 방출하지 않은 선수는 팀 안에서 죗값을 치르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나오지 않나. 이러면 꼼수를 써서 피해가는 방법만 늘어날 뿐이다.” 최 대표의 마지막 반문이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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