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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신태용 축구, 슈틸리케 축구보다 즐겁다

입력 : 2017-05-22 05:30:00 수정 : 2017-05-21 14: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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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즐겁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승리를 곧 행복이요, 패배는 불행이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약육강식이 존재하는 정글이며, 적자생존의 세계이다. 하지만 스포츠가 아름다운 이유는 감정을 느끼고 의미를 찾기 때문이다. 패배의 불행 속에서 희망을 찾기도 하고, 눈물 속에서 보람을 느낀다. 꼴찌의 꼬리표에서 도전의 의미를 찾기도 하고, 피 같은 땀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모두 즐거움이다.

신태용호가 그랬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즐겁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가 신났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어도 금세 일어나 달려간다.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고, 거친 몸싸움에 쓰러져도 서로 손을 맞잡고 “집중하자”고 소리치며 공을 쫓는다. 이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도 신이 났다. “이놈 저놈” 소리치다가도 따뜻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뜨거운 가슴으로 포옹한다. 이를 바라보는 팬도 즐겁지 아니한가.

신태용호는 이제 한 경기를 치렀다.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아프리카 복병 기니와의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한 이승우(FC바르셀로나)의 맹활약을 앞세워 3-0으로 대승했다.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3만7500명의 관중은 열광했고, “즐거웠다”고 소리쳤다.

이 한 경기로 ‘성공했다’고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 아직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23일·전주), 잉글랜드와의 3차전(26일·수원)이 남았다. 만약 두 경기에서 패하면 신태용호는 실패한다. 그러나 이제 이들에게 승패는 의미가 없어졌다. 이들이 보여준 피와 땀, 그리고 투지와 열정만으로 이미 팬들은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 행동에서 간절함이 보인다. 그래서 믿음이 생겼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선수 개개인이 한목소리로 “누구보다 간절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 간절함이 성장 곡선을 그렸고, 조직력을 만들었다. 여전히 승리가 곧 성공인 시대의 흐름에 있지만, 선수들 스스로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는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의 축구와 확연히 차이가 있다. 두 감독의 전술을 두고 시시비비, 왈가왈부, 가타부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20세 청춘들이 보여준 그 간절함과 투지, 의지가 보고 싶다. 다리에 쥐가 나면서도 신나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 즐거움을 슈틸리케호에서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의 광고 카피 중 이런 구절이 있다. ‘역경은 즐겁다. 실패는 즐겁다. 고정관념을 부수는 것은 즐겁다.’ 위기의 슈틸리케호에 가장 절실한 감정이 아닐까.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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