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 도중 “김성근 감독의 사의 표명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화는 “당분간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운용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후 2시23분 한 언론이 김성근 감독의 경질 사실을 보도했고, 이후 한화 관계자는 KIA전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대전 삼성전 후 구단과 코칭스태프에게 그 의사를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날 구단의 공식 발표는 김 감독의 ‘사의 표명’이었지만, 김 감독이 지휘봉을 놓게 된 자세한 과정을 살펴보면 경질이나 다름없다. ‘사의 표명’의 발단이 된 과정을 보자. 21일 경기 후 박종훈 단장의 ‘1군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의 특타를 자제해 달라’는 뜻을 운영팀장이 김성근 감독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김성근 감독은 “이런 식이면 더 이상 못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한화는 이를 공식적인 사의 표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김 감독은 입장에서는 사의 표명으로 간주될지 몰랐던 모양이다. 실제 김성근 감독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오후에 있을 KIA와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김 감독은 지난 21일 삼성전 벤치클리어링에 대한 징계 결과를 예의주시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KIA전 벤치에 앉지 못했다.
김 감독은 2014년 10월 하위권에 머물던 한화의 새 감독 인사와 관련해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로 프로야구판에 돌아왔다. 하지만 두 시즌 동안 결과는 참담했다. 매년 오프시즌만 되면 구단은 FA 영입에 팔을 걷어올리며 전폭적으로 지원했지만 2015∼2016시즌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에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김성근 감독은 장기레이스가 아닌 매경기 모든 것을 쏟아붓는 운영으로 팬들의 마음마저 잃었다. 퀵후크와 투수 보직파괴 등 시스템이 정착된 현대야구의 틀을 깨는 파격적 운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호성적이 필수였지만, 김 감독은 리빌딩과 윈나우 어느 한 쪽도 잡지 못했다.
2년간 실패의 날을 보낸 뒤 올 시즌에 앞서 이미 김성근 감독의 경질 여부와 관련해 구단은 홍역을 앓았다. 고민 끝에 한화는 박종훈 단장을 선임하면서 2군과의 분리운영을 지향했지만, 이와 관련해 김 감독과의 불화설이 끊이질 않았다.
시간이 흘러 개막 후 한화는 또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22일까지 18승25패 승률 0.419로 9위에 머물렀다. 비야누에바와 오간도 등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외인 원투펀치를 도합 230만 달러의 큰 돈을 들여 영입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결국 한화는 사령탑 부임 이후 사사건건 구단과 충돌하며 미운털이 박힌 김 감독이 팀 성적도 올리지 못하자 칼을 빼들었다. 김 감독은 계약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2년 반(31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김 감독은 계약 첫 시즌이던 2015년 승률 0.472(68승76패), 2016시즌에는 승률 0.468(66승3무75패)를 기록했다. 올해까지 김 감독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치른 331경기에서 승률은 0.463(152승3무176패)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의 어려운 역사를 바꾸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본인도 비극적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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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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