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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트와이스, 日 NHK가 호들갑 떤 이유

입력 : 2017-06-12 09:55:17 수정 : 2017-06-12 10: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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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일본 공영방송 NHK 아침정보프로그램 ‘오하요! 니폰’에서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를 전격 조명했다. ‘오늘 아침의 클로즈업’ 코너에 소개된 내용은 대략 ‘트와이스를 통한 한일관계 개선 무드’란 거창한 주제였다. 그에 걸맞게 12분짜리 대형기획으로 나갔다.

방송은 트와이스 멤버 중 일본인 3인, 그 중에서도 멤버 사나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젊은 층 내에서 사나의 인기가 일본 및 일본인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있다 주장했다. 한편 트와이스 등을 통해 일본 젊은 층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트와이스가 한일관계 개선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설명했다.

일단 NHK에서 이 같은 한류 현상을 아침정보프로그램에서나마 크게 다뤘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일이다. 딱딱하고 엄격하기론 같은 공영방송 KBS보다 몇 배 이상이라는 NHK다. 그런 NHK에서 한류 현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마지막 시점이 바로 2010년, 소녀시대와 카라 등 한국 걸그룹이 일제히 일본에 상륙했던 때다. 그때부터 한류는 일본 내에서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그리고 이제 트와이스다. 28일로 예정된 트와이스의 일본 데뷔에 많은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방송내용 자체는 사실 생뚱맞은 부분이 없지 않다.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활동해 지분을 얻은 일본인은 트와이스 멤버 3인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엽 기점으로 배우 유민에서부터 방송인 사유리까지 생각보다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대중문화계에서 활약했고, 또 나름의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해체한 일본 보이그룹 SMAP 멤버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 역시 한국 진출을 꾀한 바 있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희석시켰다’는 대목에 해당되는 연예인들은 생각보다 그 수가 많고 역사도 길다는 얘기다. 사실 어느 하나가 구세주 역할을 해 상황이 돌변했다는 식 주장은 그 자체로 너무 만화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와이스는 현재 일본서 ‘그 정도’로 주목받을 만한 이유 정도는 충분히 갖고 있는 팀이다. 단순히 일본인 멤버가 역대 가장 많이 존재하는 팀이라서가 아니다. 이런 식 다국적 팀이 형성된 시점과 그 배경이 중요하다. 거기서부터 왜 NHK 등 가장 딱딱한 미디어에서조차 이들에 주목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다.

문화교류란 측면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 측 시선이 크게 전환된 기점은 지금껏 3차례로 볼 수 있다. 가장 처음이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다. 이전까지 일본서 바라보는 한국은, 잘은 모르겠지만 어딘지 위험해 보이는 나라 정도 이미지였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 등으로부터 비롯된 이미지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일본에서조차 시대를 가를 정도 역할을 한 이벤트가 가능한 나라란 점이 홍보되면서 이미지도 크게 바뀌었다. 이에 일본선 아예 서울올림픽 이후 일본에 와서 사는 한국 출신들을 ‘뉴 커머(new comer)’란 단어로 따로 부르기까지 한다. 자기 나라가 웬만큼 먹고 살만한 뒤 온 이들은 다르게 보겠다는 인식을 대변한다.

음식한류가 처음 일본에 상륙한 시점이 이때다. 재일교포들이나 먹는 정도로 인식되던 김치가 기무치란 이름으로 대중화됐다. 호르몬구이로 불리는 곱창구이, 비빈바로 불리는 비빔밥 등이 도심가에서 일본인들에 인기를 얻은 때도 이 즈음부터다. 나아가 ‘한국관광’이란 개념 자체가 일본대중에 처음 인식되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나라’가 된 시점이다.

그 다음이 2002 한일월드컵이다. 계속 스포츠 이벤트가 언급된단 점이 의아할 수 있는데, 본래 그 정도 영향은 끼칠 수 있는 세계 양대 스포츠 이벤트가 맞다. 어디든 한류 현상의 근원을 좇다 보면, 첫째 한국 대기업 상품들이 세계시장에 침투해 국가신뢰도를 높이고, 둘째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응원문화 등으로 그간 잘 모르던 한국인들의 기질적 측면이 홍보된 상황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과 이벤트를 공동개최한 일본 측 감정은 또 다르다. 이때부턴 ‘일본과 나란히 거론될 수 있는 정도 나라’란 인식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이를 방증하듯 월드컵과 함께 이미 일본시장에 진출해있던 가수 보아가 곧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뒤이어 ‘겨울연가’를 위시로 한 드라마 한류가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각국서 시작된 흐름인 한류가 비로소 일본에 상륙, 거점을 마련하기 시작한 때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2010년,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를 위시로 한 K팝 한류의 시작이다. 이때 NHK 등이 한류에 주목한 이유는 간명했다. 첫째, 해외 문화상품이란 것도 결국은 회사와 회사 간 계약을 통해서만 유입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이젠 인터넷을 통해 이미 ‘물밑 유입’이 이뤄져 시장 출석만 남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점, 그리고 둘째, 어느 문화시장이건 ‘여성’들이 주류로 밀고 들어온다는 건 대중성 차원에서 전혀 다른 영역의 보편화 노선으로 이르게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곧 한국 드라마는 지상파방송 낮 시간대를 장악하게 됐고, K팝은 주류시장의 한 경향이자 고정특수상품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했다.

그리고 이제 트와이스다. 여기서 NHK 측 호들갑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은, 트와이스가 일본 데뷔를 앞둔 지금이 바로 제4의 기점이 되는 건 맞다는 점이다. 물론 NHK 측 분석처럼 트와이스란 걸그룹 하나가 독도, 소녀상 등등 그간 벌어진 한일 간 정치사회적 갈등을 녹이고 있다는 식 전개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와 같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트와이스가 한일 양국에서 입지를 마련할 수 있었던 배경이 중요하다.

이미 일본에서 한류는 각 방송사 등 문화기업들 블로킹이나 정치사회적 견제로 어떻게 막아볼 수 있는 흐름이 아니란 것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역시 일본문화 유입은 어떤 식으로든 인위적으로 막아낼 수준이 아니다. 일본서도 모두들 네이버 라인을 깔아 동일한 캐릭터를 사용하며 소통하고 있고, 스노우 같은 한국 앱의 유행도 동시에 즐기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서울 시내 곳곳엔 도쿄보다 많을지 모른단 농담까지 나올 정도로 일본식 이자카야가 성행하며 각종 일본요식업 붐이 일고 있다. 유니클로 등 일본 SPA 브랜드 성공으로 사실상 일본에서와 비슷비슷한 패션이 거리에 들어서 있기도 하다. 일본 여중고생들 사이에서 한국어 사용이 유행이듯, 한국서도 지난해 가장 많이 검색된 신조어는 일본신조어 ‘츤데레’였다.

일본과 한국은 그동안, 특히 인터넷 상용화 이후부턴, 문화적으로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극도로’ 많아졌다. 정확히는, 정치사회적 긴장상태 탓에 블록이 쌓여 알 수 없었던, 사실은 서로가 충분히 공유할 수 있었던 지점들을 대중 차원에서 자유롭게 발견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인터넷 상용화였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 문화교류가 인터넷을 통해 얻어진 정보와 이해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정치사회적으로 무슨 갈등이 일어나건 K팝은 여전히 일본 내에서 자기 파이를 꽉 쥐고 있고, 한국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300만 관객 대박, 일본소설의 꾸준한 성장세 등 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트와이스가 현 시점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물론 팀 고유의 매력이 불을 당긴 건 당연히 부정할 수 없다. 한국서도 결성과 동시에 그 특출 난 미모부터 여러 매력들이 거론되던 팀이다. 외국인 멤버들을 병풍 취급하지 않고 과감히 앞으로 내세워 주요역할을 맡긴 점도 간과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요인들로 인해 불이 당겨지기 전 상황, 불이라도 대볼 수 있는 도화선 자체가 마련된 계기들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트와이스는 사실상 하나의 상징이다. 수많은 변곡점들을 거쳐, 이제 이런 다국적 팀이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이 성립된 상태란 상징이다. 같은 맥락에서 트와이스의 일본시장 데뷔가 한국에서만큼이나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그 역시 한국문화가 일본을 압도했다는 식으로 해석될 부분이 아니다. 다방면에 걸친 서로 간 문화교류가 그만큼 탄탄히 성립된 시점이란 점을 방증하는 사례가 된다.

트와이스라는 현상 아래로 이 같은 흐름을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는 한일 양국 여러 분야 민간기업들 존재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민간 여러 분야에서 튼튼하고 촘촘한 관계가 성립돼있는 상황이기에, 한류는 이제 트와이스라는 이름 아래 이전과는 또 다른 국면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정치사회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단절되지 않는 흐름이라는, 전혀 새로운 국면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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