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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위크엔드스토리]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이 말한다, '삼성맨'으로 산다는 것

입력 : 2017-06-17 06:00:00 수정 : 2017-06-17 00: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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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지은 기자] “아직도 제가 키가 제일 작더라고요.”

신진식(42) 삼성화재 신임 감독은 얼마전 확인하게 된 슬픈 현실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신 감독의 프로필상 신장은 188cm, 현역 시절 몸담았던 삼성화재에서는 작은 키로 팀원들을 주로 올려다보는 쪽이었다. 하지만 2017-2018시즌 V리그 사령탑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여전히 최단신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감독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남자부 전체 7개 구단 중 무려 5명이 모두 삼성화재 출신 감독들, 그 중 세터 출신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물론 키에 있어서는 논외다. 라이트 공격수였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센터였던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 세터를 제외하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던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까지 모두 190㎝가 훌쩍 넘는 키를 자랑하는 옛 동료들이다.

◆은퇴 그 이후, 신진식이 말하는 지난 10년

신 감독은 선수시절 리그 9연패의 주역으로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였다. 1996년 입단 후 3차례 리그 MVP를 비롯해 인기상까지 각종 트로피를 쓸어담았고, 애틀란타 올림픽을 시작으로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은퇴 이후에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신 감독은 계속해서 제 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우선 은퇴 직후에는 2년 동안 호주로 연수를 떠났기 때문에 조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 “ABC부터 시작했는데 영어도 자꾸 쓰다보니 늘더라. 덕분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배구 대표팀에 트레이너로 합류했을 당시에는 통역 역할도 하면서 버스 배정, 체육관 장소도 직접 챙길 수 있었다”라며 “지금은 많이 잃어버린 상태지만 외인들과 얘기하다보면 기억나지 않을까. 아무래도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2010~2011시즌 해설을 맡아 다시 한국 프로배구에 대한 감을 익혔다. 그러나 이후 향한 곳은 홍익대학교 배구부, 여기서 2013시즌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에는 ‘왜 삼성에서 날 불러주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대학 배구까지 시각을 넓힐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게 신 감독의 소회다. “프로는 드래프트 때문에 대학팀까지는 관심을 둔다. 하지만 대학팀에서는 중·고교까지 다 알아야 한다. 아무래도 유소년팀들을 알아둔 것이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됐다”라며 당시를 돌이켰다.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는 동료들, 이를 바라봤던 심경은?

최근 V리그는 젊은 감독이 대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삼성화재의 DNA가 있다. 이미 김세진 감독은 2013년부터 OK저축은행을 지휘하며 2연패를 거머쥐었고, 최태웅 감독은 2015년 현대캐피탈에 부임해 지난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같은 시절 활약했던 동료들이 이미 사령탑으로서 굵직굵직한 커리어를 쌓아올리고 있는 상황, “솔직히 초조하지는 않았나”라는 질문에 신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응원했다. 감독들도 세대교체가 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40대 감독들이 이끌어가면서 배구판이 커나가야 한다. 게다가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 이제는 감독 자리에서 잘하고 있으니 더 좋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순수하게 응원만 했다면 거짓말이다”라는 고백이 이어졌다. “지도자에 대한 욕심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라던 신 감독은 “지난 시즌 KOVO컵 이후 코치직을 내려놓으면서 가족들과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 와중에도 리그에 대한 관심은 놓지 않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저런 배구를 하는구나, 나는 뭘 해야 저 팀을 이길 수 있을까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흥미로운 분석은 이어졌다. “오랜 합숙 생활을 통해 파악한 각 감독들의 성격과 스타일이 팀에서 그대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성격이 굉장히 꼼꼼하다. 그렇다 보니 팀 자체도, 플레이 스타일도 꼼꼼하게 돌아간다. 김세진 감독은 파워풀하면서도 느슨한 면이 있다. 그런 조화가 팀에 어우러지고 있다. 김성우 감독은 섬세한 쪽에 가깝지만, 아직은 팀에 그 색깔이 묻어나진 않는 것 같다”라고 각 팀을 평가한 신 감독은 자신의 팀에 대해서는 “내 색깔이 어떻게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 삼성맨이 생각하는 삼성화재의 힘 '절제'

신 감독은 “항상 내 이름 옆에는 '삼성맨'이라고 찍혀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화재라는 팀은 동시에 족쇄가 되기도 했다. 은퇴 후 6년이 지나서야 코치로 팀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즐비했던 영향이 컸다. 감독직 제의 역시 신 감독 예상 밖의 일이었다. “솔직히 벌써 돌아오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돌아오게 된다면 다른 팀보다는 삼성화재로 오는 것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삼성화재의 힘이 ‘절제’에서 온다고 꼽았다. 다른 팀들에 비해서 엄격하게 선수 관리를 하지만, 이는 “운동에 방해될 수 있는 부분을 선수 스스로 자제해 배구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몸에 익힌 자기관리가 코치에서 감독 자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말 뒤에는 어김없이 자부심이 덧붙었다.

“당시에는 우리가 워낙 잘하다 보니 ‘배구가 재미 없어졌다’, ‘너희 혼자만 먹고 사냐’ 등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그랬던 사람들도 지금은 결국 우리를 인정한다. 여자팀이든 남자팀이든 코치를 찾더라도 삼성화재 출신을 찾는다. 그만큼 기본이 잘 돼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그 사람들이 지도자까지 맡게돼서 지금은 무려 다섯 팀이 삼성화재 출신이다. 여기까지 같이 오게됐으니 앞으로도 우리가 잘 끌고 가야한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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