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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마의 드라마 비틀어보기] '비밀의 숲' 조승우, 진정한 하드 캐리란 이런 것

입력 : 2017-06-27 14:36:29 수정 : 2017-06-27 14: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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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은 최근, 주말 드라마 방영 요일을 ‘금토’에서 ‘토일’로 바꾸면서 변화를 꾀했다. 금요일 밤이 프라임 타임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지상파와 종편 채널들이 주력 예능을 편성하기 시작했고, 그 영향으로 tvN 드라마들은 시청률 참패를 맛봤다. 이런 까닭에서였는지 tvN은 금요일 드라마를 없애는 초강수를 두면서 조승우, 배두나라는 두 명의 걸출한 배우가 주연을 맡은 ‘비밀의 숲’으로 토일 드라마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총 6회가 방영된 지금, 작품의 흥행을 점치기엔 아직 애매한 수준이다. 장르물 마니아들은 ‘범인 찾기’에 나섰고 예상치 못한 용의자들이 추가될 때마다 ‘인생 드라마’를 만났다는 극찬도 쏟아지지만, 정작 시청률은 4%대로 지지부진하다. 혹자는 치밀하다고 할지 모르나, 안방에 좀처럼 힌트를 던지지 않는 전개와 완급 조절 없이 무겁기만 한 스토리가 시청률 상승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이런 우려를 모두 접고 드라마에 집중 중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조승우다.

첫 회부터 조승우의 연기에는 오차가 없었다. ‘감정이 없는 검사’라는 캐릭터는 조각조각 잘린 그림으로 표현된 웹툰 속에서나 가능한 인물인 줄 알았다. 어이없게도 드라마를 통해 실제 하는 사람으로 만났지만 그 속에 어색함은 단 1그램도 존재하지 않았다. 조승우는 그냥 황시목 검사 그 자체였다. 엉겁결에 그의 연기에 홀딱 빠져 1회를 순식간에 넘겨버리고 2회부터는 그를 조목조목 분석하며 보기 시작했다.

조승우가 연기하는 황시목은 감정이 없어 표정도 없다. 그러나 외적인 장애가 있거나 지능이 부족하지 않아 주변인들로부터 동정이나 배려를 받지는 못한다. 문제는, 본인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보듬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감정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외로운지, 슬픈지, 화가 나는지, 기쁜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조승우는 섬세한 표정으로, 무심한 걸음걸이로, 심지어는 동태찌개를 먹는 장면으로도 소름 돋게 표현한다. 그래서 방영 1주 만에 시청자는 '황시목'이라는 전에 없던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당했다. 조승우는 황시목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연기로서 시청자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우린 당했고 그 덕에 재미와 쾌감은 배가 되었다. 그는 마법 같은 연기를 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조승우의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은 추리극이라는 기존 장르에 신선함을 부여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쫓기는 자가 포커페이스로 등장하는 것은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하디흔한 장면이다. 이와 반대로 쫓는 자가 절박하지 않다는 생소한 설정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캐릭터로 인해 ‘그럴 수도 있다’는 설득력이 생겼고, 시청자는 듣도 보도 못했던 역설적인 구도에 매력을 느끼며 극에 더욱 빠져들었다. 이 중심에는 황시목이라는 캐릭터가 있고, 이 캐릭터를 조승우가 완벽하게 소화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조승우는 여러모로 ‘비밀의 숲’을 하드 캐리 하는 중이다. 이미 안방은 그에게 사로잡혔고 그가 부리는 마법을 천천히 즐길 일만 남았다. 범인은 과연 누구일지, 앞으로 남은 에피소드를 통한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사진=‘감정이 없는 검사’ 황시목 역을 맡은 조승우.

정들마(필명) / 밥처럼 드라마를 먹고 사는 ‘TV 덕후’다. 낮에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이다. 그래서 약 20년째 주로 밤에 하는 드라마를 열렬히 시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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