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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정글의 법칙] 오리온 산악 훈련 체험… '정상은 잠시 뿐이더라'

입력 : 2017-06-28 05:30:00 수정 : 2017-06-28 04: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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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홍천·권영준 기자] “정상은 잠시뿐이더라.”

프로농구 오리온의 화두이다. 오리온은 이번 시즌 변화의 흐름에 있다. 이승현 장재석이 군 복무로 잠시 팀을 떠났고, 김동욱은 자유계약(FA)으로 이적했다. 또한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한다. 여기에 송창무 민성주가 새롭게 가세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우승 전력은 아니지만, 포기할 일도 아니다”라며 “오리온이 진정한 평가를 받을 시즌”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에 23일 강원도 홍천에서 여정을 풀고, 프로농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전지훈련에 나섰다. 우선은 체력 강화이다. 트랙(러닝)-수영-산악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에 스포츠월드는 지난 26일 해발 1051m의 가리산 등반 산악 훈련에 나선 오리온 선수단에 합류, 훈련 체험에 나섰다.

산악 훈련 체험 소식을 들은 김병철 코치가 “선수단을 따라간다고요? 그러다 죽어요”라며 “나도 따라가다가 당 떨어져서 죽을 뻔했다”고 겁을 줬다. 조상현 코치도 거들었다. 그는 “나도 쓰러졌다. 죽을 거 같아서 지나가는 생전 처음 보는 등산객에게 ‘물 한 모금만 주세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일반인 기준 3시간50분 코스였다. 하지만 선수단은 정상에서 사진 촬영 시간 포함 2시간30분을 예상했다. 출발과 함께 호기롭게 발걸음 내디뎠다. 하지만 눈 앞에 선수단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시작과 동시에 낙오를 알렸다. 산악 훈련 내내 선수단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곧바로 계획을 수정했다. 하산 코스로 올라가면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선수단과 마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곧바로 추 감독과 마주했다. 그는 “진짜 올라갈 거야? 여기까지 하고 나랑 내려가”라고 제안했다. 자존심이 있지. “올라갈게요”라고 웃으며 속도를 냈다. 이날 산악 훈련 중 가장 후회했던 선택이었다.

30분 만에 퍼졌다. 머리가 아프고, 숨을 쉴 수 없었고, 구토 증세가 보였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그런데 홀로 내려가려니 그게 더 무서웠다. 일단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조금씩 걷다 보니 숨통이 띄었다. 속도는 느렸지만, 멈추진 않았다. 정상에 오르는 일은 그만큼 힘들었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선수단은 정상에 도착했어요”라고 전해왔다. 내려오는 선수단과 조우할 시간이 다가왔다.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의외의 얼굴이었다. 바로 이적생 송창무였다. “워낙 산 타는 걸 좋아해요”라며 밝게 웃었다. 뒷얘기지만 송창무는 코트 달리기에선 쥐약이다. 그는 산 사나이였다. 이어 만난 김도수는 “아마 마지막 산악 훈련이 될 것 같아요”라는 말로 애틋함을 남겼다. 팀의 중심인 허일영은 “산은 타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명언으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웃음을 틈타 취재 기자는 선수단과 함께 방향을 틀었다. 하산의 속도는 빛과 같았다. 헉헉거리는 기자에게 선수들은 “정상에 올라갔다 와야죠”라고 놀렸다. 정상을 찍은 선수들만의 여유였다. 힘겹고 어렵게 정상을 찍었지만, 내려오는 것은 순식간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내려와서,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다가올 시즌을 마치하는 오리온과 같다. 정상에서 숨 쉬었지만, 올 시즌 전력 약화로 갈림길에 섰다. 변화가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어떻게 반등할 수 있을지, 위기를 넘겨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고민해야 한다. 주장 김도수는 “어려운 순간을 잘 버티면 승현이, 재석이가 돌아왔을 때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고 이번 등산을 정리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오리온 선수단이 26일 가리산 정상에 올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오리온 제공

오리온 선수단이 지난 25일 홍천 종합운동장에서 러닝 훈련을 하고 쓰러져 있다. / 사진 = 오리온 제공

스포츠월드 취재 기자가 26일 오리온의 가리산 산악 훈련에 동참해 쓰러지기 직전에 있다. / 사진 = 오리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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