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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스토리] 빗물에 씻은 '한(恨), 눈물' 양한빈, FC서울 지켰다

입력 : 2017-07-03 05:30:00 수정 : 2017-07-03 09: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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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서울월드컵·권영준 기자] 무명 골키퍼의 눈물을 누가 알아줄까. 5년을 그렇게 참고, 또 참았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골키퍼 장갑을 손에 꼭 쥐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없었겠느냐. 이를 악물었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프로데뷔 이후 4시즌 동안 K리그 2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5년차 무명 골키퍼 양한빈(26·FC서울). 그가 ‘5년의 한(恨)’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물 속에 씻어냈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의 믿음 속에 당당한 주전 골키퍼로 도약, 감동의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맞대결이 펼쳐진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이날은 스타들의 향연이었다. 극장골을 작렬한 FC서울 스트라이커 박주영, 11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신기록을 늘린 돌아온 ‘탱크’ 이명주. 두 선수는 이날 경기를 ‘극장’으로 만들었다. 전북 현대 역시 고공폭격기 김신욱이 동점골을 작렬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로페즈가 질풍 같은 드리블로 경기장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눈물 스토리’의 진짜 주인공을 따로 있었다. 바로 골키퍼 양한빈이었다.

그는 철저한 무명 골키퍼이다. 2011시즌 강원FC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 무대를 밟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1년을 보냈다. 이듬해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고작 한 경기에 출전해 1실점을 허용했다. 2013시즌 성남FC로 이적하며 돌파구를 찾았지만, 역시 단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던 중 FC서울에서 러브콜이 왔다. 역시 3순위 골키퍼 자리였다. 2014, 2015시즌 훈련만 했다. 두 시즌 동안 출전 기록은 ‘0’이었다.

이쯤이면 누구라도 포기할 법하다. 스스로 한계를 느낀다. 그러나 그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매일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상암벌 큰 함성 속에서 그라운드를 누빌 날을 꿈꿨다. 그리고 2017시즌 비로소 기회를 잡았다. 주전 골키퍼 유현이 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황 감독이 칼을 꺼내들었다. 5년 동안 눈물을 흘린 양한빈은 지난 3월19일 광주FC전에서 FC서울 이적 세 시즌 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황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유현의 대체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그에겐 이제 시작이었다. 5월27일 울산전에서 제대로 기회를 잡았다. 무실점 활약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어 6월 A매치 휴식기 동안 성실한 훈련으로 황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실 데뷔 네 시즌 동안 2경기 출전이 공식 기록인 골키퍼를 실전 무대에 내세운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황 감독은 “출전시키기 전까지 고민이 깊었지만, 결정한 이후에는 선수를 믿어야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황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A매치 휴식기 직후 첫 경기인 6월18일 수원전을 시작으로 이날 경기까지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팀의 주전 골키퍼로 도약했다. 

이날 전북 현대전은 FC서울 주전 골키퍼로 손색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사실 비가 억수 같이 내리는 경기 환경은 프로통산 출전 기록이 한자리 수인 양한빈에게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실전 경험이 부족했기에, 빗물에 미끄러지는 볼 처리가 어렵다. 그러나 그는 안정적인 선방으로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물론 후반 초반 VAR에 따른 페널티킥 허용으로 상대 김신욱에게 실점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특히 후반 25분은 말 그대로 ‘양한빈 타임’이었다. 문전에서 크로스가 올라오자 ‘서울 킬러’ 김신욱이 헤딩슈팅을 시도했다. 바운드가 되는 공을 양한빈이 동물적인 감각을 쳐냈다. 그가 쳐낸 공은 골라인 앞에서 맴돌았고, 이에 김신욱이 달려들었다. 실점 위기 상황에서 양한빈이 누워있는 상태로 다시 공을 쳐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상대 미드필더 신형민이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다시 양한빈이 정확하게 품었다. 이날 전북이 시도한 유효슈팅은 9개였지만, 골문을 연 것은 페널티킥 슈팅 단 한 개였다.

그의 선방에 FC서울은 반전의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고, 이어 경기 종료 직전 박주영의 ‘극장골’로 FC서울은 승리했다. 이날 시선은 온통 박주영, 이명주, 그리고 VAR에 쏠렸지만, 진짜 주인공은 바로 빗속에 눈물을 훔친 양한빈이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김용학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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