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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김선형 '연봉 조정 신청'… 5년 전 양동근 '희생'과 오버랩

입력 : 2017-07-05 05:30:00 수정 : 2017-07-05 14: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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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김선형(29·SK)이 프로농구 비시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소속팀과의 연봉 협상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보수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고, 연봉 조정 신청까지 갔다. 이 장면은 정확하게 5년 전 양동근(36·모비스)의 연봉 동결과 오버랩이 되는 묘한 상황이다.

2017∼2018시즌 프로농구 선수 등록 마감시한인 지난달 30일 KBL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선형은 보수 총액(연봉+인센티브) 7억9000만원을 요구했고, 반면 소속팀 SK는 6억5000만원으로 동결안을 제시했다. 서로 기준이 달랐고, 때문에 입장 차이가 컸다. 김선형은 지난 시즌 51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5.1점 6.0도움 3.1리바운드 1.7가로채기를 기록했다. 득점과 도움 부문에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고, 국내 선수 최고 수준이다. 충분히 고액 연봉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하지만 SK 측에서는 성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SK는 지난 시즌 김선형을 필두로 최준용 최부경 김민수 변기훈 등 전현직 국가대표와 NBA 출신 테리코 화이트, 제임스 싱글톤을 보유하고도 리그 7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김선형이 팀 성적 부진을 책임져야할 일은 아니지만, 구단 입장에서 연봉 산정시 이에 대한 부분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KBL은 조만간 재정위원회를 열어 김선형과 SK에 대한 보수 조정 심의를 할 예정이다. KBL 역대 23번째이다.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KBL은 대부분 선수 요구액과 구단 제시액의 중간 금액으로 조정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SK는 이미 김선형을 제외한 15명 선수와 계약하며 16억900만원을 썼다. 23억원의 샐러리캡까지 남은 액수는 6억9100만원이다. 만약 KBL이 관례대로 중간 금액인 7억2000만원으로 연봉을 조정한다면, SK는 셀러리캡을 초과한다. 양자 택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KBL이 선수의 손을 들어줄 경우 9900만원의 셀러리캡을 초과한다. 억대 가까운 샐러리캡 초과는 생각보다 더 골치가 아프다. 한 명의 선수를 정리해서 될 일이 아니다. 15명의 명단을 채우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트레이드 또는 방출의 절차를 밟아야 할 상황이다. 

이 장면은 5년을 거슬러 올라가 양동근의 행보와 오버랩이 된다. 양동근은 2012∼2013시즌을 앞두고 소속팀 모비스와 연봉 동결에 도장을 찍었다. 당시 모두가 의아해 했다. 그는 2011∼2012시즌 총 54경기에 출전해 평균 37분2초를 뛰면서 14.93점 6.0도움 3.2리바운드 1.5가로채기를 기록했다. 김선형의 지난 시즌 기록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 양동근은 함지훈의 공백(군 복무)으로 팀이 어려운 시점에서도 팀의 중심을 잡으며 리그 5위로 이끌었다. 여기에 시즌 막판 함지훈이 전역 후 복귀하자 저력을 드러내며 팀을 4강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다. 큰 폭의 연봉 인상이 유력했지만, 그는 “새로 영입한 문태영, 전역한 함지훈, 그리고 나까지 팀 연봉의 70%를 차지한다. 동료 9명의 연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2012∼2013시즌 결과이다. 당시 SK는 김선형의 폭발적인 활약을 앞세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팀 에이스로 우뚝 선 김선형은 리그 MVP를 수상했다. 양동근의 모비스는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양동근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미친 활약’을 펼치며 4연승으로 모비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챔프전 MVP는 양동근의 몫이었다. 그는 연봉동결이라는 희생 정신에 챔프전 MVP로 증명한 실력까지 선보이며 농구 선수로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프로 무대에서 ‘돈’은 모든 사안의 제1순위 기준이다. 활약을 펼쳤다면,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 구단 역시 연봉으로 선수 자존심을 세워주는 맞다. 김선형의 고액 연봉 요구를 ‘잘잘못’의 잣대에 세워선 안 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때때로 돈보다 희생의 가치가 훨씬 더 크며, 선수의 명예와 자존심을 드높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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