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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또 리시브 타령… 그랑프리서 드러난 '2군 필요성'

입력 : 2017-07-10 05:28:23 수정 : 2017-07-10 14: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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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 권영준 기자] ‘결국은 기본기.’

한국 여자 배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리시브 불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리시브가 불안할 때와 안정적일 때의 경기력 차이가 컸다. 높이가 낮은 한국 배구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결국 기본기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이는 개인 활약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2군 리그이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세계랭킹 10위)은 10일(한국시간) 불가리아 루세에서 끝난 ‘2017 그랑프리 세계 여자배구대회’ 2그룹 1주차 3경기에서 2승1패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7일 독일(13위)전에서는 3-1로 역전승을 거뒀고, 이어 8일 불가리아(17위)에는 2-3으로 패했다. 그리고 1주차 최종전 카자흐스탄(21위)에게는 3-0 완승을 했다.

1주차 3경기를 종합하자면 리시브에서 판가름이 났다. 기록지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독일전 리시브(Reception) 팀 정확도는 41.30%를 기록했다. 1세트 박정아(도로공사)가 부진했다가, 2세트 김미연(IBK기업은행)의 투입으로 안정세를 찾았다. 특히 김연경(상하이)이 이날 55.56%를 기록하며 팀 최고 정확도를 나타냈다. 반면 불가리아전에서는 팀 전체 정확도가 35.05%에 머물렀다. 김연경이 57.58%의 기록으로 독일전보다 정확한 리시브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연경을 제외한 선수들의 수비 불안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 카자흐스탄전은 팀 전체 기록이 52.50%를 기록했다.
리시브가 잘 되는 날은 경기가 잘 풀렸다. 당연한 이치다. 리시브가 안정적이면, 정확한 토스가 가능하다. 이는 김연경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가진 한국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플레이다. 또한 리시브-토스가 정확하다면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를 활용한 속공은 물론 김희진(IBK기업은행), 박정아를 내세운 공격 다양성도 불러올 수 있다. 그런데 그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토스도 불안했고, 이는 팀 전체 경기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불가리아전이 그랬다.
물론 카자흐스탄전에서는 전체적으로 리시브가 정확했는데, 여기에 취해선 안 된다.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을 중심으로 황민경(현대건설) 김연경이 걷어올려줬다. 현 시스템에서 리시브에서 안정권에 접어들어야 할 박정아와 김미연은 뒤로 빠졌다. 카자흐스탄의 서브가 그만큼 정교하지, 그리고 강하지 못했다.

현 대표팀 시스템에서는 박정아가 리시브 정확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목표로 잡은 2그룹 우승은 결코 쉽지 않다. 높이 때문이다. 공격력에서도 박정아가 코트에 남는 것이 유리하다. 다가올 2주차 첫 경기에서 만날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함께 세계랭킹 공동 10위에 오른 강팀이다. 높이도 높고, 서브도 강하다. 박정아가 리시브를 극복하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

약점의 반복이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리시브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리시브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왜 그럴까. 리시브-토스 불안은 원인은 선수 개개인의 부진에서 찾아선 안 된다. 선수라면 누구나 잘하고 싶고, 이를 위해 노력하게 마련이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면 더욱이 그렇다. 이는 한국 배구의 시스템 문제이다.
현재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장윤희 코치는 “V리그 드래프트 현장을 가보면, 대부분 공격력이 좋은 선수가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추세 때문에 유·청소년 배구 현장에서도 공격 훈련에 큰 비중을 둔다. 그러다보니 선수들 기본기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박정아가 이러한 케이스이다. 공격력이 좋고, 높이가 높다보니 국내 리그에서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훈련에 집중했다. 자신의 몫만큼 때려주고, 블로킹에서 2~3개만 잡아줘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본기를 연마할 틈이 없다. 박정아가 공격력에서는 성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리시브에서는 제자리걸음인 까닭이 이 때문이다. 이는 박정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재 김연경을 제외한 대부분의 레프트 자원이 그렇다. 현재 대표팀 레프트 김미연을 필두로 부상 중인 이재영(흥국생명) 이소영(GS칼텍스) 유망주로 꼽히는 강소휘(GS칼텍스)까지 공격력에서는 존재감이 있지만, 리시브를 두고 봤을 때 탁월한 선수를 꼽자면 설왕설래할 수밖에 없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리우올림픽 당시 박정아를 고집한 것을 두고 “같은 수비력이라면 높이와 공격력이 좋은 박정아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이 틀린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몰고가선 안된다. 핵심은 V리그 시스템이다.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보다 공격력이 강한 선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오로지 우승이다. 배구 발전은 뒤전이다. 그러다보니 육성에 전혀 신경쓸 겨를이 없다. 여기에 2군 리그 도입까지 반대하고 있다. 한국 4대 프로스포츠인 야구, 축구, 농구에는 이미 2군 리그를 도입해 정착한 상태이지만, 유독 배구만은 2군 리그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여자부의 경우 고졸 신인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주전으로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들은 일명 닭장이라고 부르는 선수 웜업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공격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20대 초반의 습득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니 기량을 쇠퇴할 수 밖에 없다.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그나마 좋았던 공격력도 떨어진다. 그렇게 3~4년을 버티다가 젊은 나이에 은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과정을 버티고 인내한 뒤에 빛을 보는 선수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능성을 남긴 김미연이 그렇다. 김미연 역시 프로데뷔 당시 공격력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3라운드 3순위였다. 당시 황민경을 필두로 곽유화, 외국인선수 니콜 등이 버티고 있어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냈다. 데뷔 첫 해 5경기 출전이 고작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수비력 강화에 힘썼다. 수비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오면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공격력까지 되찾으며 대표팀까지 승선했다. 만약 신인 시절 당시 2군 리그가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그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특급 시인으로 주목받은 세터 이다영이나, 성장세에 있는 세터 이고은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2군 리그에서 경험을 쌓고, 이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몸소 느끼고 훈련을 병행했다면 과연 이들의 성장을 얼마나 더 빨랐을까. 공격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기본기가 좋은 선수들이 프로무대를 밟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현재와 같이 좁은 인재풀에 매년 같은 약점이 반복됐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데, V리그 여자부 구단만 이 사실을 모르는 모습이다.

현재 V리그 여자부 6개 구단은 2군 리그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2군 리그를 도입하면 선수단도 늘어나야 하고, 샐러리캡도 늘려야 한다. 또한 선수단에 들어가는 운영비 역시 늘어난다. 모기업에 예산을 받아써야 하는 배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특히 배구단은 유료 관중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스타 마케팅에도 무관심하다. 모기업 홍보 수단 정도에 그친다. 당연히 모기업 예산 외 수익이 없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조원태 신임 KOVO 총재는 2군 리그 도입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여자부 6개 구단의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2군 리그가 도입되지 않으면, 한국 여자 배구는 무너진다는 것이다. 김연경이 은퇴하는 순간, 곤두박질 칠 수도 있다. 대표팀이 부진하면, 프로리그 인기도 떨어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악순환 속에서도 악순환이 이뤄질 것이 뻔하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 = FIVB,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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