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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23. 정신건강을 위한 마음 가짐

입력 : 2017-07-18 19:43:04 수정 : 2017-07-18 19: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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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사당역사거리에서 소나기를 맞으며 폐지를 옮기던 노인이 사실은 치매를 앓고 있어 집을 잃고 헤매던 중이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건강을 위해 아버지에게 운동을 권했는데 폐지를 주우러 다니시다가 치매로 길을 잃은 것이라는 가족들의 사연이 전해졌고, 이를 본 많은 시민들이 가슴 아파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는 69만 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0%로 추정된다고 한다. 문제는 관리비용이다. 2015년 1인당 비용이 2033만원으로 치매 환자 가족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국가 치매관리비용도 2015년 13조 2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에 육박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치매는 정상적이었던 지능이 대뇌성 질환으로 저하된 경우를 말하지만 영적으로는 끔찍한 죽음의 공포를 잊기 위한 인간의 생리(生理)로 분석된다. 아직까지 치매의 원인과 치료 방법은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영가에게도 치매가 있을까. 오랜 구명시식 결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영가 중 치매를 앓고 있는 영가는 거의 없었다. 생전에 중증 치매 환자였다 해도 죽은 뒤엔 대부분 정신이 맑았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물욕이 심한 영가라든지, 재산이 많았음에도 사회에 기부 한 번 안 한 마음 박한 영가라든지, 가족들이 유산을 갖고 싸운 영가인 경우 불행히도 생전의 치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아마 착심(着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죽은 뒤 생전에 모은 재산을 가져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해 사후에도 육신의 탈을 벗지 못한 채 치매를 앓는다. 또 베풀지 못한 영가는 선업을 쌓지 못해 영계의 벌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죽은 시신 앞에서 가족들이 유산을 놓고 싸운 영가의 치매다. 영가는 그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생전에 겪은 치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구명시식을 해도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내내 혼잣말만 하다 가시기도 한다.

하지만 착하게 산 대다수의 치매 환자는 세상을 떠나면 이미 치매 환자가 아니다. 치매는 죽음의 고통을 잊기 위한 한 가지 방편이기에, 영혼이 빠져나오는 순간 정신이 돌아온다. 예전에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한 구명시식을 올리고 싶다고 한 남자가 찾아왔다.

“어머니께서 저를 알아보실까요?” 그는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어찌나 심하게 치매를 앓았는지 이웃들은 물론이고 동네파출소 순경들도 어머니를 알고 있었다. 툭하면 사라지고 아무 집에나 들어가 밥을 달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곤란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행히 어머니의 처지를 아시는 분이 많아 그때마다 도움을 받아 큰 사고는 겪지 않았다고.

“누구시더라?”라고 묻다가 어느 날은 남편이라고 부르고, 어느 날은 손자라고 우겼다. 효자 아들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사람이 생을 마감할 때 최후의 한 생각을 잘 챙겨야 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희 어머니의 최후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정말 걱정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걱정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치매 환자였던 부모를 위한 구명시식을 할 때면 으레 하는 걱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직접 어머니와 대화해보세요.” 구명시식이 시작되자 어머니 영가는 다소곳한 차림새로 나타났다. “아들아, 너무 미안하다. 내가 아파서 너를 잘 챙겨주지 못했구나. 며느리야, 너도 고생이 많았다. 내가 여기서 잘 도와줄게.”

아들 내외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어머니가 맞느냐고 재차 확인한 아들은 맑은 정신의 어머니를 만나니 걱정이 사라졌다. 아무리 중증치매환자였다고 해도 세상을 떠나 영혼이 되면 치매에서 자유로워진다. 간혹 정신이 맑지 않은 영가를 초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영혼에게 착심을 버리도록 권하고 자녀들에게 선업을 쌓도록 충고하고 있다. 살아있을 때나 영혼이 되었어도 비우는 것만큼 정신건강에 좋은 것이 없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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